윤채원의 토닥토닥/마음을 탐하다 99

2020년을 보내며

좋은 아침~ 2020년 12월의 마지막 월요일이네요. 성탄절 잘 보내셨는지요?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기쁨과 평강을 이야기하는데, 이번에는 유난히 쓸쓸하고 설렘이 없는 시간으로 보낸 듯합니다. 2020년 연초부터 찾아 든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저마다 소요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기 바빴던 날들이었지요. 그럼에도 우리모두 2020년 한 해 잘 살아내느라 애쓰셨습니다. 그쵸? 한 해를 마무리하며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니 사회적 거리두기와 정서적 거리두기 때문에, 타인의 신음소리에 귀 기울일 여유가 없었었던 것 같아요. 제 자신의 통증에만 예민하게 반응한 것 같아 민망하지만, 지금 이 순간까지 큰 사고 없이 2020년을 마무리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어느 날 독서하다 만난 문장인데 ‘상처가 깊은 사람일수록..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조금 이르긴 하지만 성탄의 기쁨을 귀한 인연들과 나누고 싶네요. 눈 돌리는 곳곳마다 시리고 아픈 일들이 즐비해 우리의 일상도 우울, 걱정 모드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의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아요. 마음의 눈으로 주변을 들여다보면서, 지금 같은 하늘 아래 머물며 다정한 인연들과 온기를 나눌 수 있다는 기쁨만 생각해보면 될 것 같아요. 어제는 집에서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를 다시 한번 보았는데요. 도중에 마음에 들어온 멋진 대사입니다. 목사님이신 주인공 아버지의 설교 속에 나오는 멘트입니다.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온전히 사랑하는 것은 가능하다' 가능해 보이지 않은 이 마법 같은 대사가 마음에 들었어요, 오래전에 이 영화를 볼 때는 들리지 않았던 이 대사가, 이 즈음에 저를..

코로나 19의 경고

좋은 아침~ 조금 전에는 어제 내렸던 첫눈의 서정이 남아있는 초안산에 다녀왔습니다. 두꺼운 외투를 입고 갔지만 찬바람이 옷 속으로 파고들어 중간쯤 오르다 되돌아왔어요. 그래도 군데군데 남아있는 설경의 흔적을 보는 것만으로도 상쾌했고, 누군가 지나간 발자국마저 아름다운 그림처럼 다가왔습니다. 점점 더 기세가 당당해지는 코로나 19와 함께 어수선한 시대를 살다 보니, 단순히 코로나 팬데믹 이전의 시간을 그리워할 게 아니라, 이런 상황이 우리 인간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아요. 혹시 인간의 이기심에서 시작된 욕망과 집착에 사로잡혀 자성하지 못한 우리에게 잠시 멈춤과 성찰을 요구하는 메시지가 아닐까요? 이런 불편하고 두려운 동거를 언제까지 지속할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문제입니..

정서진 풍경

굿모닝~ 12월의 월요일 아침입니다. 절기상으로는 오늘이 대설이라고 하지요. 마음으로는 정말 눈이라도 펑펑 내려 우리를 피로하게 만드는 어지러운 현실을 덮어버렸으면 좋겠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우울한 뉴스를 반복해서 듣게 되니 우리가 더 고단한 것 같아요. 며칠 전 거래하는 은행에서 2021년 달력을 받아왔습니다. 새로운 달력에 기념일을 옮겨 적는데 시간의 빠름을 새삼 실감하게 되더라고요. 더구나 2020년은 코로나 19로 엉겁결에 더 빨리 지나간 것 같아요. 언젠가 다정한 친구와 인천의 명소 정서진에 들른 적이 있습니다. 을왕리로 가던 중 잠시 멈춰 정서진의 갯벌을 본 적이 있는데 지금도 그 풍경이 선명합니다. 동행했던 친구에게 듣기로는 광화문을 기준으로 정서 쪽에 있는 나루터라서 그곳 지명이 정서진이라고..

낙엽을 쓸며

낙엽을 쓸며 서늘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잠시 양광이 고개를 들자 生이 시작된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서슴없이 벗어던진 너의 옷가지들을 나는 무심하게 끌어 모으고 있다 찬란한 세상에서 분주하던 날들이 시린 가을 끝자리를 서성거리며 겸허하게 지나 온 시간을 추모하려 들자 물기 가시지 않은 몸으로 사방에서 재잘거린다 시간 속에 갇혀 고개를 숙인 무심한 뒤로 빛바랜 기억을 잊으려는 서러운 마음은 두 눈을 감은 채 너의 체취를 쓸어 담으며 다시 찾아 올 푸른 생을 기다리기로 한다

시인의 시선으로 살아가기

굿모닝~ 오늘은 조금 일찍 일어나 음악을 들으며 집 근처 운동장을 몇 바퀴 돌았답니다. 아직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운동하러 나온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다가 저 먼 곳에서 아침해가 솟아오른 걸 확인한 후에 집으로 들어왔지요. 단순히 운동장 몇 바퀴 걷다가 오는 것 같지만, 그 시간에 음악도 들을 수 있고, 청량한 기운을 느끼고, 다른 사람들이 아침을 시작하는 방법을 눈으로 확인해서 좋고 계절이 변해가는 풍경을 마주할 수 있어서 참 좋아요. 이 늦가을 풍경에는 곳곳에 시가 머물러 있는 거 같아요. 며칠 전 친구에게서 시집 한 권을 소개받았습니다. 시인의 서정이 배인 시집을 읽으며 제 마음을 닮은 몇 편의 시를 발견하고 반가웠습니다. 무명의 시인으로 살다 보니 자신도 모르..

'어느새'

굿모닝~ 엊그제는 겨울로 들어서는 절기 ‘입동’이었죠? 그래서일까요? 티 없이 맑은 하늘인데 환기를 위해 열어놓은 창문으로 찬바람이 휙 몰려오네요. 요즘은 ‘어느새’라는 말을 달고 살 정도로 빠른 시간을 실감하고 있어요. 고운 단풍들도 어느새 낙엽이 되어 스러져가고, 기온은 어느새 겨울로 들어서고 있구요. 어느 시인의 말대로 가을은 조금 가난한 달 같아요. 늦가을과 초겨울 사이에 겨우 비집고 있는 시린 계절이기도 하구요. 찬바람이 불게 되면 스산함이 깊어집니다. 공연히 마음도 바빠지는 것 같고...싱숭생숭 그런거 있죠. 내 안에서 일렁거리는 바람소리가 더 가깝게 들려오는 것 같기도하구요. 이만큼 와보니 나이가 주는 선물 중 하나는 타인의 말에 조금 더 귀 기울여서 들을 수 있고, 내 마음도 상대에게 열어..

11월의 시작입니다.

굿모닝~ 고운 단풍이 낙엽이 되어가는 시간입니다. 아쉽지만 풍경이 근사한 10월을 보내고 새로운 11월이 시작되었습니다. 어제는 보슬비가 하루 종일 내렸지요. 오래간만에 대지를 적셔주는 단비가 내린 것은 좋은데...... 거리의...... 단풍들의 떨어져 버릴 것을 생각하니 아까운 마음입니다. 저 나무의 잎새들도 아직은 더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겠지요. 길을 걷다보면 바람결에 이제 막 낙엽이 되어버린 싱싱한 낙엽들을 보게 됩니다. 미안하고 아까워 차마 밟지 못하고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겨 걷는답니다. 누구나 그런 마음일 거예요. 그쵸? 엊그제 참여했던 문학 강좌에서 만난 시인이 말하길, 우리가 마주치는 일상에는 수많은 비밀스러움이 숨어있는데 그 일상을 매일 새롭게 보는 눈을 가져야 시를 쓸 수 있다고 말..

가을이 절정입니다.^^

굿모닝~ 가을이 절정이고 곳곳마다 고운 단풍이 근사합니다. 굳이 먼 곳으로 나가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가을과 마주할 수 있어서 참 좋아요. 오늘 아침엔 다정한 친구가 어제보다 기온이 조금 높다고 아침 인사를 건네 왔습니다.. 본성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그 친구는 격식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지만 깊이가 있는 친구라 오래 보고 싶은 친구랍니다. 비록 짧은 문장이었지만 서로의 아침, 하루의 시작하는 인사를 건넨다는 것은 마음을 전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반가움이 컸답니다. 지난 주일은 유난히 분주하게 보냈던 것 같아요. 한 주일이 바람처럼 훌쩍 지나쳐갔으니 말이에요. 발 빠르게 가을이 지나가는 것 같아 서운합니다. 가끔 하늘을 올려다보는 걸 좋아합니다. 어느 날 올려다본 파란 하늘엔 구름 한 점 없고 ..

가을이 익어갑니다.

좋은 아침~ 10월, 그리고 가을이 무르익어가고 있습니다. 아파트 입구에 즐비한 가로수들이 저마다의 색을 찾아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것과 사람들의 옷차림이 조금씩 두꺼워지는 것을 보면서 계절을 실감하는 중입니다.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되니 마음의 거리도 조금 유연해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저뿐만 아니라 만나는 사람들의 표정도 부드러워진 것 같아요. 청량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 되면 괜스레 마음은 더 차분해지는 것 같아요. 공연히 하늘을 올려다보거나 먼 곳을 바라보는 일이 잦아지기도 하지요. 며칠 전 지역 문협에서 가을을 맞아 방학동 은행나무 아래서 시화전을 열었지요. 근무시간이라 직접 가보지 못해 아쉬워하는 저를 위해서 근처에 사는 지인들이 제 작품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며 고마웠습니다. 이렇게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