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채원의 토닥토닥/마음을 탐하다

낙엽을 쓸며

새벽풍경 2020. 11. 23. 13:38

낙엽을 쓸며

서늘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잠시 양광이 고개를 들자
生이 시작된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서슴없이 벗어던진 너의 옷가지들을
나는 무심하게 끌어 모으고 있다


찬란한 세상에서 분주하던 날들이
시린 가을 끝자리를 서성거리며
겸허하게 지나 온 시간을 추모하려 들자
물기 가시지 않은 몸으로 사방에서 재잘거린다


시간 속에 갇혀 고개를 숙인 무심한 뒤로
빛바랜 기억을 잊으려는 서러운 마음은
두 눈을 감은 채 너의 체취를 쓸어 담으며
다시 찾아 올 푸른 생을 기다리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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