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사생활/영화...그 후. 52

'한산:용의 출현'

지난주, 아들 녀석과 영화 '한산'을 보았다. 아주 가끔이긴 하지만 낭독회도, 진시회도, 영화도 함께 공유하는 친구다. 이순신의 승리가 빛나는 담백하고 묵직한 영화는, 다큐멘터리 같이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내용 전개로 충분한 울림이 있었다. 한산도 대첩, 거대한 해전을 표현한 작품으로, 이순신을 중심으로 한 거북선의 활약이 돋보인 해상 전투신이 압도적이었고 이순신과 와키자카의 전략싸움도 인상 깊었다. 지난한 우리 역사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이 영화가 개봉 11일 만에 관객이 400만을 넘어섰다고 한다. 영화 관람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영화 후기와 한산대첩, 이순신, 원균에 대해 이야기하는 아들이 있어 은근 든든했다.

헤어질 결심

박찬욱감독이 연출한 영화 을 보았다. 좋아하는 여배우 탕웨이와 박해일의 출연이라 꼭 보고싶었던 영화 은 한 남자가 산 정상에서 추락사한 사건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화의 시작은 산이었고, 마지막은 바다였다. 영화 대사에도 잠깐 나오는 인자요산, 지자요수 에서 잠깐 누군가를 떠올렸던 것 같다. 영화를 보는 내내 박찬욱 감독만의 스타일이 눈으로, 귀로 들어왔다. 영화의 주인공 서래와 해준은 서로에게 끌리는 복잡 미묘한 감정을 잘 소화해내고 있었다. 붕괴되면서 완성되는 사랑, 헤어질 결심을 하니 사랑이 시작되었다라는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나는 당신의 미결사건이 되고 싶어요"는 서해의 사랑고백 해준의 수사는 어쩌면 서해를 향한 사랑을 확인해가는 과정으로 보였다. 이포의 안개낀 흐릿한 시야는 어쩌면 사랑..

그대가 조국

오전 잠시 출근 후 노원으로 이동해 성찰적 다큐멘터리 영화 '그대가 조국'을 관람했다. 포스터 적힌 '지금 여기 이곳에 살고 있는 이제, 그대가 조국'이라는 문구가 영화 내용을 이야기해주는 듯싶었다. 2시간이 훌쩍 넘도록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울음소리와 탄식, 한숨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평범한 사람에게 검찰 조사가 주는 공포감이나 생생한 증언을 통해 우리나라의 수사와 재판의 현실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영화는 제작진의 감정이나 주관적 시점을 경계한 것이 영화 곳곳에 나타난 것도 다큐멘터리로서 적합했다. 어찌 되었든 영화를 보는 내내 무 내통령이 원망스러웠고, 청문회 장면중 억압과 곤경 속에서도 이성을 잃지 않고 의연하게 대응하는 조국이 참 큰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진보나 보수, 정치..

나의 촛불

시기가 시기인만큼 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촛불'을 관람했다. 영화 나의 촛불은 대한민국 헌정사 최초로 현직 대통령을 파면에 이르게 한 사건을 두고, 박근혜 탄핵을 위해 시민들이 광화문으로 운집한 비폭력 평화집회 참가자들의 생생한 경험과 당시 정치인들의 행보와 생각이 담긴 영화다. 2016년~2017년 정권 퇴진운동을 위해, 추운 겨울 시민들이 굳건히 광장으로 달려 나가 그 현장에 동참했던 나로서는 영화 상영 내내 아쉬움이 있었다. 5년 전의 일이지만 지금 가장 절실한 이야기로 당시 우리가 품었던 꿈과 희망은 여전히 멀기만 한 것 같다. 온세계에 자랑할만한 촛불 평화 시위로 정권을 교체했지만, 여전히 미완성이고 혼란스러운 이 정국에서 우린 다시 추운 광장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힘으로 역사의 흐..

모가디슈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연장과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심신이 불안한 상태였지만, 어려운 시대에 한국 영화 '모가디슈'의 100만 관객을 돌파를 축하하는 기념으로 집 근처 극장을 찾았다. 2021년 한국 영화의 최고 성적이라고 한다. '군함도' '베테랑' '베를린' '부당거래'의 류승완 감독과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영화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벌어지는 내전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혼신을 다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로 생사를 건 탈출을 그린 영화이다. 모로코 100% 올로케로 진행된 이 영화는 '올여름, 절박하고 긴박한 탈출을 경험하라' 특명을 가지고 관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이런 일들이 우리 역사에 있었는지 모르..

북샵(The book shop)

하루 종일 더숲에서 힐링했다. 영화의 선택은 메인 포스터의 클래식한 분위기가 내 마음을 끌어당겼다. 영국 최고의 문학상인 맨 부커상을 수상한 페넬로페 피츠제럴드의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 영화 선택을 참 잘한 것 같다. 코로나19 분위기로 극장 안은 나를 포함하여 관람객이 4명이었다. 1959년 영국의 바닷가 작은 마을 하드 버러에서 서점을 운영하게 되는 주인공 '플로렌스 그린'의 용기 있는 도전이 담긴 영화로 초반에 들려오는 재즈 OST도 한동안 귓가에 머물렀다. "책을 읽으면 그 이야기가 생생한 꿈처럼 살아 숨 쉬는 순간이 있어요"라는 주인공의 대사가 내 안으로 파고들었다. 주인공은 전쟁미망인이지만, 남편을 처음 만났던 공간이 서점을 기억하고 그와 함께했던 지난 시간을 추억한다. 많은 ..

자산어보- 홍대입구 롯데시네마

영화 를 관람하기 위해 오후에 홍대입구로 이동해서 친구와 만나 영화관으로 들어섰다. 개인적으로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게 전달하려고 하는 이준익 감독을 신뢰하는 편이라 은근히 설레며 영화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영화 서두에 '이 영화는 자산어보의 서문을 기반으로 한 창작'이라는 자막이 나온다. 소박한 민중의 삶과 멋진 자연을 조화롭게 담은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정조 말기에서 순조의 시기로 1801년, 대대적인 천주교 박해인 신유박해가 있었고, 수많은 천주교인들이 죽음을 맞이하 유배되었다. 정약전은 흑산도로 정약용은 강진으로 유배를 떠났고, 서로 만나지 못하지만 서신으로 안부와 그리움, 그리고 각자의 연구에 대해 논의한다. 정약전은 신유박해로 세상의 끝 흑산도에 유배되어, 평범한 어부였던 창대의 도움으로 ..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휴무일인 지난 월요일 소리 없이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영화를 보았다. 오래간만에 친구와 함께 본 영화. 아마도 이 친구와 같이 영화를 본 것은 이것이 처음인 것 같다. 입사 8년 차 입사 동기의 말단 여직원들이 힘을 합쳐 회사가 은폐하려는 진실을 파헤치며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은 영화가 조금 밋밋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깔끔한 영화라고 생각된다. 업무 능력은 베테랑이지만, 늘 말단 직원으로 상사직원들의 커피를 타거나 업무보조만 하던 90년대 시대상이 반영되었다. 회사가 저지른 비리들을 파헤쳐 폭로하던 여직원들이 외치는 아이 캔 두잇! 유 캔 두잇! 위캔 두잇! 이 지금도 들려오는 듯하다. 우리가 처음 같이 본 영화.... 나도 외친다. 낫 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