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사생활/여행이야기.(국내) 160

우이령 걷기

어느 날의 우이령길.. 비 내리는 어느 휴무일 아침, 이런저런 소음에서 벗어나 혼자가 되고 싶어 우이령길로 들어섰다. 진초록 가득한 길을 걷는데 마음에 평안이 찾아들었다. 큰 홍수가 지나간 자리여서 그런지 흙길이 물길을 따라 많이 훼손되었다.. 걷다 보니 잠시 평화로웠던 시간끝으로 슬슬 두려움이 엄습했다. 홀로 있고 싶어 왔지만, 그레이 한 날씨 덕분인지 인적이 드문 그곳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끝까지 걷는 것도 용기가 싶어 천천히 걸었다. 내려오는 길엔 음악조차 듣지 않고 바람소리와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와 하나가 되어 걷는 그 길이 좋았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두려워서 포기하면 거기까지가 끝이고, 이내 용기내어 걷다 보면 더 다양한 풍경과 사건과, 사람과, 사색을 만나..

도봉구 무수골.

퇴근 후 물소리 가득한 무수골로 달려갔다. 비 오는 날의 무수골은 백색소음이 가득해서 애정하는 곳이다. 백색소음은 일상에 방해되지 않고, 넓은 음폭을 가지고 있어 주변 소음을 덮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따금 마음이 건조해지는 날이면, 도봉의 끝자락 무수골로 달려가 다랑논에 가득한 초록 벼들과 눈 맞춤한다. 우산을 받쳐 들고 듣는 무수천의 우렁찬 물소리는, 초록의 힘과 청량함으로 스며들어 하루의 고단함을 씻어준다. 친환경 마을인 무수골이 도봉구 손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있으니 참 다행이다. #무수골 #다랑논 #힐링 #물소리 #물안개 #초록의힘 #도봉구 #무수천

강릉 여행-1

휴가철을 맞아 강릉을 다녀왔다. 숙소를 경포대 가까운 곳에 정하고 조용히 바닷가에만 머물다오고 싶었는데 여러 여건상 쉽지 않았다. 휴가철이라 여기저기 인파가 넘쳐났고, 홀로 떠난 여행이 아니라서 저마다 원하는 목적지도 달라 어수선함이 가득했다. 조금 우울해지기 시작한 나는 가족들에게 양해를 구한 후 , 6시간 정도 바다를 눈앞에 둔 예쁜 카페에 머물기도 하고 근처 작은 미술관에도 홀로 다녀왔다. 나이가 들수록 번잡함이 힘들어진다. 번잡함을 피해 떠나왔는데 그곳에는 또 다른 번잡함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2박 3일의 여행에서 그나마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오래도록 밤바다를 바라본 일인 것 같다.

병산서원 -1

4월이 꼬리를 보이고 있는 어느 날 병산서원에 다녀왔다. 사진으로 , 시로, 책으로만 만나며 꼭 한번 다녀오리라 했던 곳인데.... 뜨거운 햇살이 밀려드는 날씨에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간 병산서원이다. 류성용 선생 학문의 시작점이 되었다는 병산서원은 병산과 낙동강을 끼고 지어진 곳으로 한국 서원 건축의 백미라고 잘 알려져 있다. 낙동강과 백사장, 그리고 병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병산서원의 아름다움과 학문과 풍류를 즐겼던 그 당시 유생들을 떠올리며 현재의 나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한국의 서원은 향촌 지식인들인 사림에 의해 건립된 성리학 교육시설이다. 연초록 잎들이 반기는 입구로 들어서니 주변 경관과 조화로움을 이룬 병산서원이 눈앞으로 펼쳐진다. 여기저기 배롱나무가 많이 심겨있었지만 때가 ..

우이천 벚꽃

우이천에 벚꽃이 흐드러졌다고해서 산책겸 나가보았다. 벚꽃도 만개했고 꽃구경나온 인파도 가득했다. 꽃향기 날리는 봄밤 천천히 걸으며 잠시 생각한다. 4월의 봄,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저렇게 4월은 잔인한 달이다. 만개한 꽃송이를 보며 누군가는 서글프고, 아프고, 시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저 찬란한 봄 햇살을 만끽하며 사랑을 나누는 시간이겠지. 어둠이 내리는 꽃대궐을 걷다 보니 은근한 봄이 환한 꽃송이들로 들썩거린다. 한 겨울 인내하며 설렘과 아픔이 빚어낸 일순간의 환희였다가 잔인하게 외로워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절실한 마음으로 누군가를 간절하게 떠올리는 봄밤이다.

제주여행-카밀리아 힐

제주여행 중 동백축제가 열리는 카밀리아 힐에 다녀왔다. 여행 전 미리 제주를 다녀온 이의 추천이 있었고, 평소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라 다녀왔는데 도착해보니 동백수목원에는 정말 여러 종류의 동백나무가 군락지를 이루고 있었다. 동백꽃은 지금이 한창 절정이라는 그 말이 실감 났다. 수목원 공간이 넓어 하루 종일 그곳에 머무르며 둘러봐도 좋을 것 같았고, 동백군락지를 지나면 다른 야생화와 억새로 조성된 곳도 너무 예뻤다. 파란 하늘이 풍경을 더해주며 동백꽃으로 힐링한 하루였다. 한동안 이곳이 생각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