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채원의 토닥토닥 308

연두빛 4월

굿모닝! 다시 월요일 아침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인지는 몰라도 4월은 유난히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아요. 흐드러지게 피어올랐던 벚꽃 지나간 자리에 연초록 새순이 돋아 올라서 싱그러운 풍경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연둣빛 사방의 풍경은 언제나 마음에 위로가 되는 것 같아요. 최근 자주 하게 되는 생각 중 하나는 삶이라는 광야에서 꼭 필요한 것이 자기에게 긍지를 갖는다는 자긍심이 아닐까 싶어요. 낯설고 불편한 시선을 이겨내기 힘겹고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이 많아져서, 마음이 신산스러워 현실을 마주하기가 힘이 들 때면 자긍심이라는 에너지가 필요하지요, 사귐의 깊이가 얇은 사람이 언뜻 던지는 말에도 생채기가 생기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고, 자신을 온전히 끌어안아 주눅 들지 않게 하는 에너지가 ..

어느 봄날

굿모닝~ 연초록 새싹이 움트기 시작한 봄날의 아침입니다. 오늘도 조금 일찍 일어나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눈에 보이는 봄날의 초록 풍경이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네요. 휴일인 어제는 구리 동구릉으로 잠시 봄 속으로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파릇파릇 연초록 새순이 돋는 나무의 기운과 햇살을 온몸으로 받고 돌아와, 저녁에는 집 근처 우이천에 만개한 벚꽃을 보고 돌아왔습니다. 매년 4월이면 우이천의 화사한 꽃송이들이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데, 올해도 잊지 않고 제 모습을 드러내 주었고 있었습니다. 환하게 피어난 꽃송이들 아래 인파들 사이에서 시간이 정지된 듯 사방이 낯설게 다가오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설렘과 슬픔이 교차하던 시간, 아버지와 함께 꽃나들이 가던 어느 날이 떠올랐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아픈 4월

굿모닝! 먼 길을 돌아 어김없이 4월이 돌아왔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4월은 아픈 봄이기도 합니다. 어두운 땅속에서 생명을 품고 있던 씨앗들이 여기저기 울긋불긋 꽃들을 피어나게 했지만, 그 예쁜 꽃들도 이따금은 정지된 사물로만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살다 보면 우리는 이런저런 염려를 하기도 합니다. 염려는 적어도 견딤의 시간을 지나온 사람만이 아는 감정이지 싶어요, 무언가를 견디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미 고통의 한가운데를 걷고 있다는 것이고, 그 견딤의 시간을 지나고 나면 상처를 통해 피어난 꽃을 보듬을 수 있겠지요. 일순간 환희로 터지는 저 꽃망울을 마주하면서도 줄기와 가지 끝에서 제 빛깔로 빛나는 몸짓과 그 부딪침이 내게로 스며들지 않아 안타까워요. 이런 아픈 봄이 내게 와 부..

3월의 안부

굿모닝! 소리 없이 초록의 이름을 달고 봄이 밀려온 듯합니다. 몇 달 동안 안부를 묻지 못하고 지내는 동안 평안하셨나요? 그 시간 동안 저도 이런저런 일들에 매몰되어 사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냈답니다. 3월 중순으로 들어서니 산수유 꽃이며 홍매화가 가득 피었다고 아래 지방에 사는 친구가 봄을 사진으로 보내왔고, 집 앞 화단에는 언 땅을 뚫고 초록의 냉이와 쑥, 그리고 제비꽃도 수줍게 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우주의 끝자락 어디쯤인 이곳에 찰나의 기운을 모아 화사하게 봄을 피어내는 절대자의 긍휼함이 감사한 순간입니다. 우리의 일상에는 이렇게 봄은 스며들 듯 다가오는데 우리가 살고 있는 시국은 언제 봄날이 찾아올까요? 이렇게 서럽고, 두렵고, 애달픈 봄의 한..

메리크리스마스

굿모닝~ 좋은 아침입니다. 제주도의 푸른 바다 바람과 함께 월요일 안부 인사를 시작합니다. 정말 오랜만에 서울을 떠나 제주로 날아왔어요. 지금 전 어린아이처럼 마냥 좋아하고 있습니다. 제주 여행을 준비하면서 이런저런 계획들이 있었는데, 다 내려놓고 다시 천천히 좋은 풍경을 보고 걷다가 전망 좋은 찻집에 앉아 마음을 쉬게 하려고 해요. 가만히 앉아서 생각해보니, 여행은 한 편의 이야기와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천천히 걸으며 풍경을 보고 사색하는 일도 한 편의 이야기가 되니까요. 어쩌면 여행하다 만나는 여러 감정들도 건강한 글이 되어 건조해진 영혼을 채어 줄 것이라고 믿어요. 잠시 서울을 떠나 와보니, 이곳 제주도는 자연과 조금 더 가까운 것 같아 편안함을 느끼게 해 주네요.. 좀 전에 읽던 책에서 함..

문인의 역할

굿모닝~ 좋은 아침입니다. 한동안 날씨가 친절하더니 오늘은 제법 기온이 내려간 것 같아요. 지난 한 주간도 잘 지내셨나요? 저는 지난 주말에 지역에서 열린 문협의 출판기념회와 문학상 시상식에 다녀왔습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인들이 공개적으로 자신의 글을 발표하는 날이고, 울림 있는 글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작품의 주인공에게 문학상이 쥐어지는 시간입니다. 평소 담백한 글로 마음을 만져주던 수필가와 우리 아픈 전쟁사에서 자신의 체험을 담담하게 시화한 시조시인, 이렇게 두 분 수상자는 평소 제가 존경하는 분들입니다. 기쁜 마음으로 축하드리기 위해 저도 예쁜 꽃바구니를 준비해 시상식에 다녀왔습니다. 지금 우리는 위태로운 시대를 걷고 있는 중입니다. 참 어려운 일이지만, 이런 시대에 작가의 역할은 시대 현실을..

굿모닝!

굿모닝! 좋은 아침입니다. 한동안 날씨가 친절하더니 오늘은 제법 기온이 내려간 것 같아요. 지난 한 주간도 잘 지내셨나요? 저는 지난 주말에 지역에서 열린 문협의 출판기념회와 문학상 시상식에 다녀왔습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인들이 공개적으로 자신의 글을 발표하는 날이고, 울림 있는 글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작품의 주인공에게 문학상이 쥐어지는 시간입니다. 평소 담백한 글로 마음을 만져주던 수필가와 우리 아픈 전쟁사에서 자신의 체험을 담담하게 시조로 시화한 시조시인, 이렇게 두 분 수상자는 평소 제가 존경하는 분이십니다. 기쁜 마음으로 축하드리기 위해 저도 예쁜 꽃바구니를 준비해 시상식에 다녀왔습니다. 지금 우리는 위태로운 시대를 걷고 있는 중입니다. 이런 시대에 작가의 역할은 시대 현실을 벗어나지 않고..

처세술

굿모닝~ 12월의 첫 번째 월요일입니다. 빠르게와 느리게를 반복하는 일상을 통해 어느새 12월에 닿았네요. 봄, 여름, 가을, 겨울...이렇게 우리는 어려운 시간을 참으며 사계절을 보내고 한 해의 끝자락에 다시 서게 되었습니다. 지난 온 시간을 되돌아보지 말자고 자주 다짐하지만, 이쯤에서는 자꾸 지난 시간을 반추하게 되네요. 아무래도 아직도 코로나의 긴 터널은 끝이 보이지 않고,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사람들의 마음만 계속 지쳐가는 답답증 때문인 것 같습니다. 며칠 전에 모처럼 좋아하는 친구들을 만나 식사를 하고 차 한 잔 나누는 시간을 함께 했습니다. 같은 지역에 살고 있어도 각자의 바쁜 일상에 묶어 만나지 못한 체 아쉬워하다가 만나니 반가움이 배가 되더라고요.. 이런저런 대화 끝에 제일 오랜..

성공이란..

굿모닝~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은 11월의 마지막 월요일입니다. 이른 새벽, 저는 게으름을 겨우 이겨내고 새벽 산책을 위해 근처 공원으로 나가보았습니다. 그곳에 가면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첫새벽에 함께 걷는 산책지기들이 있습니다. 찬바람을 머리에 이고 걸으며 시린 하늘에 걸린 달과 별들을 찾기도 하고, 일상의 소소함을 나누기도하면서 자연스레 다정해진 인연입니다. 같은 시간에 만나 함께 하루를 열어간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잖아요. 이번 주는 11월을 보내고 12월을 맞이하는 시간입니다. 발 빠른 사람들은 어느새 교회첨탑에 성탄 장식을 하고, 카페에도 작은 크리스마스트리의 전구들이 반짝거리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 반짝거림 덕분에 간간히 설렘이 몽글거리기도 하네요.. 지난 주말, 제가 근무하는 곳으로 원로..

나목의 힘

굿모닝~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은 첫눈이 내리고 얼음이 언다는 절기 소설이라고 합니다. 첫눈은 오지 않고 겨울비가 내리지만 본격적으로 겨울로 들어서는 시간입니다. 소설 추위는 매섭고 추운 바람이 불어 손돌 추위라고 불리기도 한답니다. "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는" 옛 속담이 있지요? 아마도 날씨가 추워야 보리농사가 잘된다는 의미를 속담에 담은 것 같아요. 며칠 전만 해도 빛 고운 단풍잎을 달고 있던 가로수들이 이제는 나목으로 서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렇게 빈 몸으로 우뚝 선 나목을 보면서 요 며칠은 쓸쓸함보다는 어떤 기백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적나라하게 드러난 줄기와 가지를 통해 나목의 꿈과, 생명, 그리고 힘을 생각합니다. 모든 잎을 떨구고 서 있는 겨울나무는 사실 죽은 게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