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사생활/끄적거림 64

초안산 겨울나무

언젠가 사부작사부작 올랐던 초안산. 물기를 잃고 햇살만 투명하다. 시린 바람을 뚫고 많은 사람들이 올라와서 초안산 풍경을 즐기고 있었다. 치솟아 오른 나무줄기 위의 빈 둥지가 서럽고 나뭇잎의 떨림이 선명하게 보인다. 한 걸음씩 오를 때마다 뼈대만 드러낸 채 쌀쌀한 바람을 안고 맨몸으로 서 있는 나무를 보자니 경건한 마음이 차 오른다. 의연함과 초연감을 유지한 채 오롯이 서있는 저 겨울나무는 빈 가지 사이로 파란 하늘을 앉혀 날마다 새로운 풍경을 선물하겠지. 의연하게 서 있는 저 겨울나무를 보며 투영되는 유약한 나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나무라는 본질만 남기고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현상을 걷어낸 저 정직한 겨울나무처럼, 나에게 수식되는 모든 것들을 걷어내면 '윤채원'이라는 사람에게 남아있는 본질은 과연 ..

부치지 않은 편지-정호승

어제 다정한 친구가 보내온 몇 개의 사진 중 유독 눈길이 가는 사진이 있었다. 정호승 시인의 '부치지 않은 편지'를 필사한 사진을 보며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어보았다. .......................................... '부치지 않은 편지' 언젠가 TV에서 특유의 허스키한 보이스와 안정적으로 올라가는 고음실력을 갖춘 가수 박완규가 절규하듯 이 노래를 부르던 모습이 떠올랐다. '부치지 않은 편지'라는 이 시는 정호승 시인이 1987년 9월 30일에 출간한 세 번째 시집 에 수록된 시로 고 박종철군의 사망을 애도하며 썼다고 신간 서적인 에 밝히고 있다. 이 시를 가지고 고 김광석씨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만들어 불렀던 노래다. 정호승 시인 박종철 열사 가수 김광석..... 음악을 몇번..

새벽서정

12월 첫 번째 월요일. 새벽 3시경에 잠에서 깨었다. 다시 잠들고 싶어 침대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아 뒤척거리다가 거실로 나왔다. 코코넛 향을 피우고 잠시 명상을 해보지만 집중이 되지 않는다. 어느새 12월이라니... 일 년이 정말 눈 깜짝한 사이에 바람처럼 시간이 지나갔다. 특히 올 한 해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우울과 분노가 사람들의 마음을 피폐하게 만들었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정치권 소식은 절망감과 우울, 안타까움을 동반시켰다. 나 역시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손에 잡힌 것 없이 그냥 하루하루 소모전이 아니었나 싶어 서글프고 씁쓸하다. 마음이 말랑해지지 않아 일상을 끄적거리는 것조차 버거운 날도 많았다. 다소 위로가 있었다면 아마 좋은 사람과 새로운 인연이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첫눈은 눈을 기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