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의 휴일,
투명한 햇살을 머리에 이고 텅 빈 겨울산을 홀로 오른다
들숨과 날숨을 통해 아직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며
눈앞에 보이는 계단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딛는다
계단 끝으로 펼쳐진 잣나무 숲길에 들어서면
거친 호흡을 가다듬기 위해 잠시 멈춰 서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오로지 혼자만의 시간이 간절할 때
엄마의 품 속으로 찾아들 듯 조용히 오르는 이곳
숨을 죽이며 잠든 겨울나무 사이로
겨울바람이 다정하게 차가운 두 뺨에 와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