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령 가는 길
한산한 시외버스 좁은 의자에
나란히 앉은 낯선 그대와 나
그리웠던 날숨과 들숨은 여전히 멀고
창밖으로 분분한 흐린 눈발은
빈가지에서 달랑거리는 나뭇잎을 닮았다
두어 칸 앞자리에서는
앳된 연인들의 입맞춤이 분주하고
공연히 붉어지던 그대와 내가 멈춘 곳은
빈 세월이 묻어나는 눈 덮인 한계령 휴게소
모락모락 김 오르는 뽀얀 황태국을 사이에 두고
침묵으로 오래 전 일상을 쏟아내지만
머리와 가슴의 거리는 이미 수 천리
흘낏거리는 식당 여사장의 사사로운 미소에
휘날리는 창밖 눈발만 헤아리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