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채원의 문학세계/시(詩)

세월호 그 후 1,000일-윤채원

새벽풍경 2017. 1. 8. 12:09

 

별이 된 아이들아.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이별이 무뎌지는 게 아닌 것은 분명해.

사랑했던 기억보다는

사랑 후에 오는 상처의 깊이가 훨씬 깊고 오래가는 법이거든.

차가운 광장에 모여 앉아

차가운 물 안에서 사그라져 갔을 너희들을 떠올리면

덩달아 가슴이 시리고 아파.

우리도 이렇게 서럽고 미안하고 아픈데

온기 있던 너희들을 품고 웃었던 엄마와 아빠는 어떨까?

가슴에 떼어버릴 수 없는 큰 돌덩이를 매단 채

살아있다고 말할 수 없는 시간과 고통 속에서 사투 중이겠지.

너희들과 이별 후

잠시 정지된 시간에 머물렀던 것 같은데,

변한 것도 책임지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어느새 1,000일이 지났다니 믿을 수 없어.

그게 미안한 우리는

촛불의 온기를 전하려고 삼삼오오 광장으로 모여

별이 된 너희를 잊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천 개의 풍선을 하늘로 날려 보냈단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고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고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그 진리를 우리는 믿으니까.

그때까지 촛불은 빛을 잃지 않을 거라는 그 사실을 기억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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