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시
윤채원
팔십 고개를 눈앞 고지로 두고
아버지가 시를 쓰셨다
단 한 번도 시 나부랭이를 배워본 적이 없지만
인생의 통찰과 삶의 궤적을 살피며
예리한 눈초리로 적어 내려간 인생이라는 힘든 고개를
단 여덟 줄로 담백하게 담아낸 시
투덜거리던 강산이 몇 번이 변했지만
그럭저럭 버텨 온 인고의 시간이 스스로 대견하시다기에
그저 물기 가득한 눈으로 그 시간을 상상해보다
바짝 긴장했던 몸을 해제시킨 후
왈칵거리는 마음의 빗장을 열고
팽팽한 줄 위에서 노니는 현의 울림에
몰입해보기로 작정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