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채원의 문학세계/시(詩)

(시) 아버지의 시28

새벽풍경 2016. 4. 5. 09:52


아버지의 시

                                     윤채원

 

팔십 고개를 눈앞 고지로 두고

아버지가 시를 쓰셨다

단 한 번도 시 나부랭이를 배워본 적이 없지만

인생의 통찰과 삶의 궤적을 살피며

예리한 눈초리로 적어 내려간 인생이라는 힘든 고개를

단 여덟 줄로 담백하게 담아낸 시

투덜거리던 강산이 몇 번이 변했지만

그럭저럭 버텨 온 인고의 시간이 스스로 대견하시다기에

그저 물기 가득한 눈으로 그 시간을 상상해보다

바짝 긴장했던 몸을 해제시킨 후

왈칵거리는 마음의 빗장을 열고

팽팽한 줄 위에서 노니는 현의 울림에

몰입해보기로 작정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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