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그러지않아도 되는데..
오래된 습관처럼 명절이 끝난 후 손님들이 돌아가는 늦은 오후가 되면
나의 메이트는 영화관람을 조른다.
나의 분주함에 대한 그 사람 나름의 배려쯤이라고 생각한다.
<부러진 화살>을 꼭 보고싶었는데 명절 관람객들에게 밀려 차선으로 선택한 영화가 바로<페이스 메이커>였다.
우리가 알고있는 대로 페이스 메이커란 마라톤이나 수영에서 우승후보의 기록을 단축하기위해 전략적으로 투입된 선수를 말한다.
이들은 오로지 남의 1등을 위해 달려야하는 슬픈 운명이다.
이미 우리가 잘 알고있는 황영조나 아벨 키루이 역시 페이스메이커 출신이다.
출연하는 영화의 주인공으로 완벽 빙의되는 것으로 유명한 배우 김명민의 연기가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우리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중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가야하는지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영화였다.
페이스 메이커인 그는 완주해서는 안되는 국가대표마라토너이다.
30km까지 우승후보를 위해 달려야하는 그, 마라토너가 분명하지만 그의 결승점은 늘 30km이다.
남은 12, 195km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슬픈 마라토너.
이 영화를 보면서 난 이 시대의 가장에 대한 연민과 안쓰러움이 동시에 밀려들었다.
분명 좋아하는 것이있지만 주변의 환경과 그가 품고 가야할 가족들을 위해,
꿈을 포기하고 놓여진 목표를 위해서만 달려가야하는 고독한 이 시대의 가장들.
우리는 이 사회속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페이스 메이커로 살아가고 있거나,
아님 익숙한 내 가까운 사람이 페이스 메이커로 살아가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영화속의 그 주인공이 마지막 30km를 결승점이라 생각하지않고 남은 12.195.km를 새로운 출발점에 서서 사력을 위해 달리는 그를 향해 힘찬 박수를 보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 많은 가장에게 격려를 주는, 그래서 여운이 길게 남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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