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사생활/영화...그 후.

그대를 사랑합니다.

새벽풍경 2011. 3. 31. 19:26

간만에 영화관에 다녀왔다.

아침 일찍 의정부 시댁에 전화를 드리고 창동역에서 11시에 시어른들을 만나기로했다.

어른들 모시고 함께 보고싶은 영화였는데..한동안 미루다 곧 영화를 내린다는 소리가 있어 더이상 미룰 수 없었다.

며느리와의 데이트에 설레셨는지 두분 다 곱게 차려입고 약속시간보다 먼저 나와 기다리고 계셨다.

간만에 영화관 데이트다.

난 다 잊고 있었는데..어머님 말씀이 나와 함께 본 영화가< 8월의 크리스마스>였다고 말씀하신다.

그 이후에 처음 와보는 영화관이라고 하신다.

이크! 그 영화가 도대체 얼마나 오래전 영화였는데..죄송한 마음이 솔솔 피어오른다.

10층으로 올라가 예매를하고 이른 점심을 먹기로했다.

며느리 효심을 눈치챘는지 영화관에서 목요일 5000원 할인에 어르신 할인도 해준단다.^^~

두분에게 메뉴를 여쭈니 '아무거나'라고 말씀하신다.

아버님께 "여긴 아무거나는 없는데요"말씀드리니 수줍게 웃으신다.

맛난 떡갈비로 점심을 먹고, 아이들처럼 팝콘을 안겨드렸더니 행복한 미소를 지으신다.

드디어 영화가 시작되었다. 관객은 주로 어르신들이 많았다.

강풀의 원작을 영화로 만든 60~70대 노년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이다.

무뚝뚝한 만석할아버지의 마음을 온화하게 만든 이뿐 할머니의 수줍은 사랑.

아마도 인생의 막바지에 만나 사랑이기에 더 애절하고 깊이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사실..아주 가끔은 궁금했었다. 그 연세에도 사랑이라는 감정이 교류될 수 있는지..

그러고보면 내 나이만 생각하고..훗날 나도 그 나이가 될 것을 생각하지못하는 내가 참 어리석다.

그렇게 인생의 끝자락에서 이어진 사랑이기에, 애틋하고 아까운 마음이 실린 할아버지의 마음을 영원히 간직하고자  고향으로 간다는 이뿐 할머니의 마음을 조금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현대사회가 가지는 노년의 사회문제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만들어준 영화.

치매에 걸린 아내를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랑하고 마지막 순간까지도 깊은애정으로 안아간 따뜻한 부부애.

과연 나도 끝까지 한결같은 사랑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곁눈질하니 감성적인 울 어머님도 눈물을 줄줄 흘리신다.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늙는다고해서 감정까지 함께 늙는것은 아니라는 사실에 자꾸만 친정부모님 생각이 난다.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졌지만. 2시간 상영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졌다.

 밝은 곳으로 나와 시어른들을 뵈니 애잔한 마음이 들며 더 따뜻하게 안아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수업시간이 촉박해져서 모셔다드리지못해 죄송한 마음이었는데..

그 마음을 알아채시고 간만에 백화점 구경을 하고 가신다고 먼저 가라고 챙겨주신다.

늘 이렇다. 부모님들은 자신들보다 자식들마음을 먼저 헤아려주신다.

돌아서 걷다가 뒤돌아보니 두분이 다정하게 에스켈리터를 타고 내려간신다.

아직은 그런대로 건강하시니 감사한 마음이다.

 시부모님과 친정부모님을 향한 따뜻한 마음을 갖게해준 괜찮은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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