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채원의 문학세계/시(詩)

가을 안부 -윤채원

새벽풍경 2021. 10. 11. 08:53

가을 안부
                                          윤채원
                             
찬비 앞세우고 
알지 못할 슬픔이 맹수처럼 다가왔다

가지에 붙어 떨고 있는 나뭇잎과
온몸의 깊은 통증은 사뭇 닮아있다

젖은 거리 뒹구는 초록의 후예들
가슴 짓누르는 먹먹함으로
날마다 야위어 가고 있는 중인데
젖은 낙엽 길에서 생각해 보면 
나도 한 그루 나무
거친 생을 밀고 가느라
끝없이 바스락거렸던 시간이었다

푸르름의 날들 가고
온통 갈색 옷으로 갈아입는 계절
점점 허룩해지는 나의 안부와
쓸쓸한 거리가 한 몸이 되어간다

작은 창가에 내리는 별빛도 
온기를 잃고 차갑게 식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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