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예방접종을 한 날이라 퇴근 후 바로 집으로 가려고 나섰는데,
문득 올려다본 하늘이 가을 하늘처럼 맑고 광활하게 느껴졌다.
문득 무수골이 궁금해져서 차를 돌렸다.
무수골 입구에 새로 생긴 카페에 들려 차 한잔을 마시고 잠시 쉬다가 차를 두고 천천히 걸었다.
한동안 비가 내리지 무심천에 물이 많지 않았지만,
동네 꼬마 녀석들 몇몇이 나와 물장구를 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조금 더 걸어가니 초록색으로 자란 벼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한참을 앉아 심긴 벼들을 바라보자니 이런저런 상념들이 밀려들었다.
내가 이따금 찾아가는 아지트에는 노부부가 나란히 앉아 부채질을 하며 두런두런 이야기 중이신데 보기에 참 좋았다.
갑자기 쓸쓸해지며 문득 나는 무수골이 왜 궁금했을까 싶었다.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았고 천천히 집으로 가고 싶어 내려오는 길에 올려다본 하늘이 너무 근사 했다,
나도 모르게 그 자리에 멈춰 사진을 찍고 난 후,
차를 몰고 내려오다가 다시 잠시 멈춰 그 멋진 풍경들을 담아왔다.
그 아름다운 저녁 석양을 카메라에 제대로 담을 수는 없지만,
아마 누구에게든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나 보다.
그러고 보면 난 아직도 그 마음으로 그 자리에서 서성이는 중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