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초
첫머리에 ‘개’가 붙었다
척박한 땅에서 왜소하게 자란 망초
내 아버지를 꼭 닮았다
모진 세월 떠돌며 발길에 차여도
외로움에 점령당하지 않고
새하얀 꽃술 매달았다
사방이 무채색인 병동
낡은 침대에 갇힌 한 그루 망초
병색 짙어 누렇게 바랜 잎이
죽음을 카운트하고 있다
잡초로 내몰려도 좋으니
햇발 한번 제대로 받고 싶어
바짝 마른 손을 내민다
거기 누구 없소?
개망초라는 이름이라도
누가 한번 불러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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