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일상
꽁꽁 얼었던 빗장 풀고 한걸음 내디뎠다
아침 해가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자
지난밤 뒤척거리던 파도 사이로
훅, 비릿한 바람이 뒤따라 들어섰다
해변에 늘어선 횟집과 횟집 사이
이방인처럼 내걸린 옷가지와 짭조름한 수건
겨울바람보다 더 시린 고단함이 박제되어있다
난파선 같은 삶 속에서도 일상이 꼿꼿하다는 것은
어디서든 살아내고 있다는 흔적
해풍이 드나들어 부스럭거리는 몸에는
검은 갯골이 혈관처럼 퍼져있고
굵은 밧줄에 묶인 배들은 바다를 향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