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채원의 문학세계/시(詩)

거룩한 일상

새벽풍경 2020. 12. 27. 22:40

거룩한 일상

 

 

꽁꽁 얼었던 빗장 풀고 한걸음 내디뎠다

아침 해가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자

지난밤 뒤척거리던 파도 사이로

, 비릿한 바람이 뒤따라 들어섰다

해변에 늘어선 횟집과 횟집 사이

이방인처럼 내걸린 옷가지와 짭조름한 수건

겨울바람보다 더 시린 고단함이 박제되어있다

난파선 같은 삶 속에서도 일상이 꼿꼿하다는 것은

어디서든 살아내고 있다는 흔적

해풍이 드나들어 부스럭거리는 몸에는

검은 갯골이 혈관처럼 퍼져있고

굵은 밧줄에 묶인 배들은 바다를 향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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