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채원의 문학세계/시(詩)

드라이플라워

새벽풍경 2020. 12. 14. 19:43

드라이플라워

 

꽃이 사랑을 대신할 수 있는지

꽃이 누구를 대신할 수 있는지

 

남루하게 빛나는 나

고개 숙인 채 비늘 떨구다가

숨겨두었던 향낭을 열어

당신에게 가는 중이다

 

사람들의 시선 벗어나

옛사랑에 아파하는 그 마음 위해

스스로 숨은 꽃이 되어

거꾸로 매달린 채 메말라간다

 

당신이 맑은 눈과 뜨거운 손길로

비쩍 말라진 내 몸을 움켜쥐는

그 순간을 가끔 상상해본다

 

꽃의 영화를 던져버린 나는

지치고 젖은 몸으로 그대가 온다면

기꺼이 두 손 내밀어 품어 주리라

 

내가 아픔을 대신할 수 있는지

내가 위로를 대신할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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