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플라워
꽃이 사랑을 대신할 수 있는지
꽃이 누구를 대신할 수 있는지
남루하게 빛나는 나
고개 숙인 채 비늘 떨구다가
숨겨두었던 향낭을 열어
당신에게 가는 중이다
사람들의 시선 벗어나
옛사랑에 아파하는 그 마음 위해
스스로 숨은 꽃이 되어
거꾸로 매달린 채 메말라간다
당신이 맑은 눈과 뜨거운 손길로
비쩍 말라진 내 몸을 움켜쥐는
그 순간을 가끔 상상해본다
꽃의 영화를 던져버린 나는
지치고 젖은 몸으로 그대가 온다면
기꺼이 두 손 내밀어 품어 주리라
내가 아픔을 대신할 수 있는지
내가 위로를 대신할 수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