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채원의 토닥토닥/ 토닥토닥(메일)

사이의 간격

새벽풍경 2015. 11. 9. 10:55

반가운 비가 내립니다.

적당할 때, 꼭 필요할 때 내리는 비를 우리는 단비라고 하지요.

너와 나 사이,

계절과 계절사이,

찬성과 반대사이,

사랑과 우정사이.......

우리 앞에는 수많은 사이가 존재하고 있지요.

이 사이의 간격을 조절하지 못해 우리들은 불협의 시간과 실랑이를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간격을 잘 유지하기위해서는,

내가 대접받고 싶은대로 상대를 대접해주면 될 것 같은데...

아마도 자기쪽으로 살짝 기울어있기에 간격도, 사이도 벌어지는 것 아닐까요.

누군든 필요로 하는 것을 얻게 되면 금세 온화한 사람으로 변합니다.

기다리던 가을비가 내려 우리 주변의 흙과 식물, 꽃과 나무, 사람의 감성까지도 촉촉하게 만들어 버린 것처럼 말이에요.

가을은 이내 사라질 아름다운 풍경의 시간입니다.

그리고 11월은, 가을의 시작이라 관심받는 10월과 한해의 마지막이라고 집중받는 12월 사이에 조용히 머무는 계절입니다.

그런 11월이 사람들에겐 수확의 계절이지만 자연의 입장에서는 모두 내어주느라 가난해지는 시간입니다.그쵸?

그러니 우리 한번 더 눈길주고 다정한 손길로 온기를 전달하는 것으로 11월과 나 사이의 간격을 좁히는 한 주일 되기로해요.

안녕.

 

 

가난한 11월

 

 

빼꼼히 고개든 11월이 느리게 기지개를 켜자

마중물 같은 반가운 비가 내리기 시작 한다

가을비는 소나기처럼 세차지도 못하고

암사내처럼 쭈뼛대는 것이 제 주인을 꼭 닮았다

 

 

온 산을 물들이느라 지쳐버린 나무들의 세포는

낡은 코트 자락의 구겨진 주름처럼 상처로 가득하고

제 몸을 겨우 지켜내고자 스스로 헐벗어가며

쓸쓸한 도시의 배경이 되어간다

 

 

그러면 지난 세월에 기생하던 깊은 생채기들은

아직 열리지 않은 문 앞에서 서성이다

사라지는 계절 속으로 왜소한 몸을 밀어 넣느라

온종일 소리 없는 울음을 토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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