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떨어진 발 빠른 낙엽들이 공연히 가을의 쓸쓸함을 더해주고 있네요.
그러고 보니 어젯밤 창문으로 보이는 달은 만월인데도 외로워보였어요.
시간의 빠른 변화를 실감하기 때문인지 이렇게 사방으로 가을이 가득해지면 괜시리 초조해집니다.
며칠 전 제가 근무하는 사무실로 오래 전 인연이었던 친구가 찾아왔습니다.
2000년 초 함께 공부하던 문우로 1~2년 다정하게 지냈다가 어찌어찌 연락이 끊겨버린 사람입니다. 남편이 직업군인인 그녀는 근무지를 따라 여러 곳으로 다니느라 소식을 놓치게 되었고,
우리는 서로의 인연이 거기까지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랬던 그녀가 10년의 시간을 훌쩍 뛰어 넘어서 여전히 생기 넘치는 모습으로 사무실로 찾아왔을 때 어찌나 반갑던지요. 마치 엊그제 만난 듯 익숙하고 편안했습니다.
오랜 시간 서로의 기억 한켠으로 밀려 있다가 최근 어떤 모임에서 우연히 제 소식을 듣고 반가움을 앞세워 한걸음에 달려왔다고 했습니다.
사람의 인연이란 참 묘한 것 같아요.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못했거든요.
저는 참석하지 않은 문학모임에서 우연히 제 지인을 알게 되어 서로의 이야기 나누던 중 제 이름이 나왔고, 그 반가움을 외면하지 않고 한걸음에 달려와 준 친구가 참 고마웠습니다. 오래 전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린 서로에게 좋은 기억이 있었기에 반가움이 컸을 테지요.
근래들어 잘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자주합니다.
사람의 인연이란 알 수 없기에 어느 순간, 어느 위치에서 다시 마주치게 될지 모르니까요. 꼭 그 이유가 아니더라도 사람도, 사회도, 국가도 최소한 상식이 통하는 관계를 유지했으면 참 좋겠습니다.
저마다 그런 생각을 한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덜 건조하게 살 수 있을 테니까요. 그쵸?
이젠 바람에도 가을 향이 가득합니다.
우린 앞으로 몇 번의 가을과 더 마주하게 될까요? 그 생각을 하면 하루하루가 더 소중하게 생각됩니다. 10월 마무리 잘 하시고 11월에 또 만나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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