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채원의 문학세계/시(詩)

(시)폭설37

새벽풍경 2013. 12. 13. 00:21

폭설

 

눈이 내린다

새털처럼 가볍던 처음과는 다르게

점점 온 세상을 마비시킨 너는

얼룩진 마음을 숨긴 채 거칠게 달려든다

밀쳐내기엔 이미 버거워진 나는

텅 빈 가슴을 열어 안고 보니

분노한 너는 정체 모를 혼란을 앞세워

방향을 잃고 흔들리던 거리의 풍경을 정지시키고

갈 길 먼 사람의 조바심조차 비틀거리게 한다

그런 너를 홀연히 바라보던 나는

애써 지친 기색을 감추고

두 눈을 감은 채 네가 스며들기를 기다리면

잠시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서성이며

사방의 먼지가 되어 허공을 맴돌던 너는

서러움 묻어나는 검은 눈물을 토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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