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눈이 내린다
새털처럼 가볍던 처음과는 다르게
점점 온 세상을 마비시킨 너는
얼룩진 마음을 숨긴 채 거칠게 달려든다
밀쳐내기엔 이미 버거워진 나는
텅 빈 가슴을 열어 안고 보니
분노한 너는 정체 모를 혼란을 앞세워
방향을 잃고 흔들리던 거리의 풍경을 정지시키고
갈 길 먼 사람의 조바심조차 비틀거리게 한다
그런 너를 홀연히 바라보던 나는
애써 지친 기색을 감추고
두 눈을 감은 채 네가 스며들기를 기다리면
잠시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서성이며
사방의 먼지가 되어 허공을 맴돌던 너는
서러움 묻어나는 검은 눈물을 토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