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날
낮게 가라앉은 회색 문 열리는 순간
흩어지는 번뇌 알갱이들을 무심히 바라보다
까맣게 타들어가 이미 재가 되어버린
지친 마음을 위로하기위해 바람을 잡으러 나와 버렸다
숨 죽인 상처로 흔들리는 몸부림을 거부하고
서둘러 흰옷으로 갈아입은 채
침묵의 나무 아래로 모여들면
분주한 일상에 짓밟힌 꽃송이들은
검은 눈물이 되어 흐르고
시야를 가리며 흔들리는 바람을 부여잡고도
자꾸만 숲 속으로 향하는 시선을 거둘 수 없어
비장한 마음으로 젖어버린 나무가 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