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채원의 문학세계/시(詩)

눈 내리는 날

새벽풍경 2012. 12. 12. 20:35

눈 내리는 날 

 

낮게 가라앉은 회색 문 열리는 순간

흩어지는 번뇌 알갱이들을 무심히 바라보다

까맣게 타들어가 이미 재가 되어버린

지친 마음을 위로하기위해 바람을 잡으러 나와 버렸다

숨 죽인 상처로 흔들리는 몸부림을 거부하고

서둘러 흰옷으로 갈아입은 채

침묵의 나무 아래로 모여들면

분주한 일상에 짓밟힌 꽃송이들은

검은 눈물이 되어 흐르고

시야를 가리며 흔들리는 바람을 부여잡고도

자꾸만 숲 속으로 향하는 시선을 거둘 수 없어

비장한 마음으로 젖어버린 나무가 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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