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채원의 문학세계/시(詩)

산벚꽃나무13

새벽풍경 2018. 12. 9. 14:19

산벚꽃나무

 

윤채원

 

흐려진 하늘 아래로

바람조차 인색한 시간

홀로 솟아오른 산벚꽃나무 아래 서 있다.

 

그곳에서는 진달래나 목련보다

당신이 먼저 내게로 걸어 들어왔다.

 

나를 생각하는 것이 당신의 기쁨이라던

오래전 그 말이 궁금해지고

당신을 향한 그리움을 접을 수 없어

빈 몸 가지에 홀로 서 있는 새에게 눈길을 건넨다.

 

기다리는 일에 이미 익숙해진 나는

수많은 열정을 품고 있는 당신이

미세한 바람의 결을 타고 달아나버릴까

여전히 조바심으로 일렁인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몸짓은

두근거리는 심장으로

산벚꽃잎 가득 피운 나무에게 시선을 주며

그리운 당신을 그리워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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