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채원의 토닥토닥/ 토닥토닥(메일)

말할 수 있는 비밀^^*

새벽풍경 2013. 7. 15. 07:09

좋은 아침~

쉬지않고 내리던 소나기는 곳곳을 물바다로 만들어  여러가지 피해가 속출되고 있으니 빠른 회복이 되도록 마음을 써야 할 일입니다.

주말 내내 긴 장마로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자 독서에 집중하며 지냈답니다.

새로 읽기 시작한 책은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입니다. 처음 읽는 책이 아닌데도 여전히 매력이 있네요. 사람은 결국 사랑의 힘으로 살아간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이 책을 빠르게 읽고 싶지는 않아요.

 남 몰래 알고 알리지 않는 일. 혹은 공개되지 않은 사실을 우리는 ‘비밀’이라고 하지요.  누군가에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이미 비밀이 아닙니다.

아주 오래 전 나무 한 그루를 심었습니다.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아야겠기에 산비탈이 아닌 제 마음속에 나무를 심었답니다. 그러고 보니 벌써 삼십년이 더 지난 일입니다.

“첫사랑이 없는 자는 구원 받지 못 하느니라” 어느 시인의 말입니다.  당시 제 가슴에 심은 나무는 순수라는 열매가 열리는 첫사랑이라는 나무입니다. 사랑이라고 말 할 수도 없는 일방적인 감정이지만 당시 제게는 버거운 감정이기도 했답니다. 물론 일방적인 해바라기 연가였죠.

 여고시절 3년 동안 나의 시선을 온통 한 곳으로 머물게 한 소중한 추억이지요. 여고 입학식에서 처음 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사춘기 소녀의 순수한 설렘이 시작되었고 그때부터 제 안에 나무 한 그루 심게 된 것이죠. 그 나무 덕분에 여러 가지로 흔들릴 수 있는 시절 한 곳만 바라보고 학교생활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시절, 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예쁘게 분필을 포장하고, 이른 아침 선생님 책상을 청소하고 꽃을 꽂아 두는 일, 그리고 그 선생님 과목에 집중하는 일이 전부였습니다. 졸업 후에는 한 번도 뵐 수 없었답니다. 안부가 궁금하고 그리움은 여전했는데 말이죠.

 그렇게 30여년이 지나는 동안 그 나무는 자라 어느새 큰 그늘을 만들어 놓았고 세월이 주는 용기로 이젠 선생님의 안부를 물을 수 있게 되었답니다. 며칠 전 시골중학교 교장으로 재직중인 선생님께 안부전화도 드렸는걸요. 생각해보니 마음에 나무를 심어 두길 정말 잘 한 것 같아요. 그 나무가 때때로 내 삶속에서 가치의 잣대가 되어주었고 언젠가 다시 만날 사람들을 생각하며 성실하게 살아가게하는 이정표가 되어주었으니까요.

 마음에 나무를 심고 두근두근 설레며 살아 온 날들이 이제는 더 이상 비밀이 아닙니다. 행복하게 고백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주룩주룩 비가 내리니 안부메일이 길어졌습니다. 아니 안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제 이야기 들려드리기에 바빴습니다. 미안요.^^*

 살면서 비밀이 많은 것은 좋은 일이 아닙니다. 그쵸? 말할 수 있는 비밀, 상대와 내가 공감하며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은 것이 좋은 것이죠.

장마로 인해 습하고 눅눅한 기운이 가득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중한 인연들에게 따뜻한 차 한 잔과 다정한 메시지를 전하며 한주일 뽀송뽀송하게 열어갈 수 있기를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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