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포도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을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7월이 새롭게 열렸네요.
빠르게 몰아치는 세월이 새삼 허무하긴 하지만 신선한 긴장감을 안고 다가 온 아침과 마주합니다.
칠월이 시작되었다고 위의 시를 소개하는 것이 조금 진부하고 구태의연해 보이지만 이육사님의 <청포도>는 이미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7월의 시입니다. 아마도 시의 첫 행이 ‘내 고장 칠월’로 시작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여학교 때는 분명히 애국사상을 바탕으로 민족해방을 꿈꾸는 독립운동가의 고달픈 모습을 표현한 시라고 배운 것으로 기억하는데 오늘은 왠지 희망, 그리고 평화로운 삶에 대한 소망을 기다리는 순수한 서정시로 만나고 싶어지네요. 희망을 가지고 마을로 찾아드는 반가운 손님을 기다리는 정성스러운 마음을 노래한 아름다운 시로 말입니다.
오늘은 애써 시 안에 존재하는 내면의 메시지를 찾기 위해 연연하지 않고 우리가 간절히 기다리는 시간, 선물, 손님을 향한 설렘만으로 이 시와 마주하고 싶은 7월의 첫날입니다.
가끔 우리는 ‘느낌’과 ‘생각’을 혼돈하지만 느낌과 생각은 서로 다른 의미를 품고 있잖아요. ‘생각’은 사람이 머리를 써서 사물을 헤아리고 판단하는 작용을 말하고 ‘느낌’은 몸의 감각이나 마음으로 깨달아 아는 기운이나 감정을 말하는 것이니까요.
7월은 우리 안에 머물며 호시탐탐 탈출을 꿈꾸는 개인의 욕구와 그 것에 대한 책임이라는 균형을 잘 다스려 우리 삶이 흔들리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지난 6개월을 지나오는 동안 혹시 깨어진 마음과 더는 회복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상처들이 있었을지라도, 사람과 사람사이에 흐르는 긍정의 기운을 전달하는 일에 7월을 소진하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이육사님의 <청포도>와 함께 각자의 7월을 계획하며 오늘 하루 파이팅! 하시길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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