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사생활/일상의 언어들

귀가? 귀항?

새벽풍경 2012. 6. 11. 23:11

한동안 항구를 떠나

먼 바다를 항해하던 선장이 마침내 긴 여정을 마친 후 익숙한 항구에 낡아진 선박을 정박했습니다.

그가 떠나있는동안 나 역시 분주했기에  그의 부재도, 그리움도 느끼지 못한 채로 지내다가

그가 돌아오기 하루 전날에   외로움이라는 바람에 아주 잠시 흔들렸습니다.

이제 그가 돌아와 내 곁에 있으니 알겠습니다.

어떤 문제를 의논하거나 해결할 수 있어서 그가 절실히 필요했던 것이 아니라,

머물러 있는 것이 익숙했던 그의 자리가 비어있는 것에 대한 불안함이 더 컸었다는것을요.

사람과 사람사이에도, 혹 무촌이라는 부부사이라 할지라도 그리움을, 불안함을, 편안함을 느낄 정도의 적당한 거리는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한번 했습니다.

사실  많지는 않지만 메이트에게 말하지 않은 크고 작은 비밀이 있습니다. 물론 크기도 종류도 다르겠지만 나의 메이트도 나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지만요.

한 가족이라고해서, 내 사람이라고해서 모든 것을 공유해야하는 것은 아닐테니까요. 상대를 하나의 인격체로 두고 그만의 생각과, 취미와 주변인들은 인정해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출장에서 돌아와 고단함을 토로하기 이전에 좋은 풍경을  혼자보고 온 것을 미안해하기에,

난 떨어져있는 동안 온전히 그를 그리워하지 못하고 내 마음에 품었던 여러 감정들을 마음으로 미안해하였습니다.

갑자기.... 우리가 살고있는 가정이 항구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침이면 제각기 일터라는, 학교라는 바다로 항해를 떠났다가 저녁이면 일상을 마치고 다시 항구로 들어와 고단함을

씻는 항구말입니다.

그가 귀가한 후엔 제 마음이 편안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린 이렇게 가정이라는 항구에서 가족이라는 에너지를 바탕으로 조금 더 먼 미래에 대한 항해를 준비하는 것이겠지요.

힘내요 그대, 그리고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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