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큰 행사를 앞두고 있는 요즘은,
작은 일에도 자꾸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는 나 자신이 낯설어 조심하는 중이었다.
근데 이른 아침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더니,
급기야는....인정하지 않으려 했지만 머피의 법칙의 연속이다.
이미 출력되어 나온 현수막이 사이즈와 형태가 갑자기 바뀌는 상황이 되었고,
관공서 직원과는 전화로 싫은 소리를 하고 들어야 했으며,
시화전에 쓰일 파일이 잘못 교정되어 작가와 작품이 뒤바뀌고 말았다.
뒤죽박죽 되어버린 일들을 처리하느라 수업시간에 늦어 아이들에게 미안한 일이 되었고,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중에 섭외문제로 내일 만나기로했던 사람이 갑자기 오늘 호출하는 바람에,
화가 났지만 그 쪽이 갑인 경우니 지친 몸으로 나가야만 했다.
도대체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 왜 이런일의 중심에 있게 되었는지 왈칵 서러움이 밀려왔다.
불편한 마음으로 마신 커피는 몸까지 불편하게 만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겨우 올려다 본 하늘엔 너무나 둥근 보름달이 떠 있다.
오늘이 보름인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마음은 집으로 달려가 침대위에 눕고 싶었지만,저 달을 보고 그냥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고, 오늘 하루 지친 심신을 위로하고자 피곤했지만 달맞이 장소로 달려갔다
둥근달에게 묘한 연정을 품고 있는 나 자신이 전생에 여우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가끔 해 본 적이 있다.
막상 나만의 달맞이 아지트로 달려가니,
구름에 가리어진 달이 자신의 몸을 온전히 보여주지 않는다.
한참을 기다리다 더 무거운 기분으로 되돌아 올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내게 너무나 긴 하루였다.
나도 슬프고, 구름에 가리어진 저 달도 슬프고...
외롭다, 참 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