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기도
간절한 기다림을 기억하고
새벽이슬로 다가선 그대가 반가워 설렘으로 문을 엽니다.
지독한 열꽃을 피워내 온몸을 달구던 지난 시간은
먼데 무료함 속으로 밀어내고
초록 들판을 서서히 금빛으로 물들일 그대를 기다리는 이유는
세파에 흔들려 해지고 비루해진 마음과
신열로 무너져 버린 나를 조금씩 세우기 위함입니다.
청명한 하늘아래 알알이 익어가는 빛 고운 열매와
그윽한 들꽃향기 피어내는 그대의 세계를 사랑합니다.
가을은 역동적인 발걸음이 아니라
조금은 낮고 쓸쓸한 서정으로 우리에게 다가섭니다.
저 높고 푸른 하늘과
다정한 바람을 입은 투명한 햇살은
우리의 마음속으로 들어와 생각을 성숙시키고
사람과 사람사이에 흐르던 서툰 이기심을 벗겨내
우리를 한층 더 평화롭게 만들 것입니다.
9월, 그대여.
모두가 건조하고 아픈 시대가 되면
낮고 여린 것을 사랑하거나
작은 목소리에 귀를 여는 일에도 용기가 필요합니다.
서러운 일상에서 연약한 어깨를 서로 기대는 일은
개인의 역사에 물줄기를 바꾸는 원동력이 되어줄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
방금 열리기 시작한 9월의 문 앞에 서서
완숙의 계절로 익어갈 이 가을을 따스하게 열어가기로 해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