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오늘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서늘한 기운에 잠에서 깬 듯합니다.
아침 짧은 산책길에서 만난 강아지풀이 오늘은 오래 눈에 들어왔습니다.
유년 시절부터 강아지풀을 보아왔지만,
한번 만져주거나 낮게 앉아서 바라보았던 기억은 없네요.
꽃을 피우지 못하니 풀꽃도 못 된다고 그냥 스쳐가며 시선은 언제나 색색의 꽃에게 돌렸던 것 같아요.
그런 제게 언제부턴가 화려한 꽃들보다는 초록의 강인하고 억센 이름 없는 잡초라는 친구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미세한 바람에도 부슬부슬한 머리를 흔드는 것이 자기를 보아달라는 귀여운 몸짓 같기도 하고,
한 번만 보아달라고 사력을 다해 바람 소리로 노래하는 것 같았습니다.
가던 길을 멈추고 한참을 그 자리에 쪼그려 앉아 눈길을 마주했습니다.
홀로 솟아오르지 않고 조화로운 높이로 서로 몸을 부딪치지 않을 거리에 피어올라 연대하며 한해살이 삶을 감내하며 사는 것이 기특해 보였습니다.
우리 인생도 그런 것 같아요. 받은 달란트가 많다고 해도 혼자 고고하게 솟아오르면 유연하게 살기 어려운 것 같아요.
서로서로 다치지 않을 적당한 거리에서 희로애락으로 연대하며 사는 것이 중요하지요.
특히 요즘처럼 어려운 시대에는 더욱 연대의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눈앞의 강아지풀이 참 예뻐 보여서 먼저 손 내밀어 천천히 만져주다 보니,
오늘따라 억센 강아지풀이 연약하게 느껴졌습니다.
머지않아 이곳에서 강아지풀이 사라지겠지요.
어디선가 강아지풀이 눈에 많이 들어오면 가을이 시작된다는 말을 들었던 것 같아요.
가을이라는 계절의 문을 열어주고 말없이 사라지는 강아지풀의 강인한 생명력을 기억해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멀리 계절을 돌아 또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올 거라 믿으면서요.
우리 눈앞에 보이는 소소함을 귀하게 여기는 한 주일 되시길 바랍니다.
모두 우리가 살아있음에 만나는 보석들이니까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