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사생활/일상의 언어들

거룩한 일상

새벽풍경 2020. 12. 19. 23:02

을왕리에서 만난 풍경.

한 겨울의 바닷바람에 기온이 더 차게 느껴지는 오늘 하루,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지친 탓인지 을왕리로 찾아든 사람들의 눈빛에도 고단함이 묻어났다. 

을왕리 해변가, 횟집과 횟집 사이에 내걸린 빨래가 눈에 들어왔다.

단정하게 걸린 옷가지에도 시대의 아픔과 답답함이 묻은 탓인지,

거꾸로 매달린 옷가지들은 꽁꽁 얼어 차가운 바람에도 요동함이 없었다.

그동안 일상에 묻은 여러 피로감을 닦느라 고단했을 옷가지와 수건들을 보니 괜스레 경건해졌다.

어디서든 멈춤 없이 선 자리에서 거룩한 일상을 살아내고 있다는 흔적들이 아닌가.

힘들다고, 답답하다고 투정 부리지 말고 각자 삶의 자리에서 성실하게 살라는 충언 같아서 오래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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