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채원의 문학세계/시(詩)

옥잠화(1)

새벽풍경 2020. 9. 2. 09:24

옥잠화(1)

 

더위 가늘어지는 처서 저녁
건들바람 이는 작은 뜰 안에서
그윽한 향기 뿌리며 부푼 얼굴로
서서히 단장을 시작하는 옥잠화


달이 차 오르는 깊은 밤이면
낮동안 침묵하던 푸른 이파리 사이
삐져나온 꽃대 끝에 피어올라
한 생애 뜨겁게 노니는 순백의 옥잠화


구름에 스민 달빛이 부르면
홀로 피어나 분주하던 옥잠화
이른 아침 수줍게 꽃잎 떨구며
너를 향해 멈춰버린 싱그런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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