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사생활/마주하기

[스크랩] 애정의 숲/폴 발레리

새벽풍경 2010. 3. 3. 11:31

   애정의 숲

               

                            폴발레리

 

우린 순수를 생각했었다

나란히 걸으며

우린 서로 손을 잡았다

 

우린 약혼자 처럼 걸었다

둘이서,목장의 푸른 밤속을

그리고 나눠 먹었다.저 꿈나라 열매

취한 이들이 좋아하는 달을

 

그리고 우린 이끼 위에 쓰러졌다

둘이서 아주 머얼리,소근거리는 친밀한

저 숲의 부드러운 그늘 사이에도

그리고 저 하늘 높이,무한한 빛속에서

우린 울고 있었다

오 사랑스러운,말없는 나의 반려여

 

    석류들

 

너의 하많은 씨알의 힘에 못이겨

마침내 반쯤 벌어진 굳은 석류들이여,

스스로 발견에 파열된

고매한 이마들을 보는 듯!

 

오,반만 입을 연 석류들이여,

그대들이 받아온 일광들은

자만심에 움직인 그대들로 하여금

홍옥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그리고 금빛 메마른 껍질마저

어떤 힘의 욕구에 밀려

과즙의 붉은 구슬 되어 터진다 하며,

 

이 눈부신 파열은

일찍이 내가 가졌던 어느 영혼의

은밀한 구조를 몽상케 한다

 

 

   해변의 묘지

 

비둘기들 노니는 저 고요한 지붕은
철썩인다 소나무들 사이에서, 무덤들 사이에서.
공정한 것 정오는 저기에서 화염으로 합성한다
바다를, 쉼없이 되살아나는 바다를!
신들의 정적에 오랜 시선을 보냄은
오 사유 다음에 찾아드는 보답이로다!

섬세한 섬광은 얼마나 순수한 솜씨로 다듬어내는가
지각할 길 없는 거품의 무수한 금강석을,
그리고 이 무슨 평화가 수태되려는 듯이 보이는가!
심연 위에서 태양이 쉴 때,
영원한 원인이 낳은 순수한 작품들,
시간은 반짝이고 꿈은 지식이로다.

견실한 보고, 미네르바의 간소한 사원,
정적의 더미, 눈에 보이는 저장고,
솟구쳐오르는 물, 불꽃의 베일 아래
하많은 잠을 네 속에 간직한 눈,
오 나의 침묵이여!...... 영혼 속의 신전,
허나 수천의 기와 물결치는 황금 꼭대기, 지붕!

단 한 숨결 속에 요약되는 시간의 신전,
이 순수경에 올라 나는 내 바다의
시선에 온통 둘러싸여 익숙해 진다.
또한 신에게 바치는 내 지고의 제물인 양,
잔잔한 반짝임은 심연위에
극도의 경멸을 뿌린다.

과일이 향락으로 용해되듯이,
과일의 형태가 사라지는 입 안에서
과일의 부재가 더 없는 맛으로 바뀌듯이,
나는 여기 내 미래의 향연을 들이마시고,
천공은 노래한다, 소진한 영혼에게,
웅성거림 높아 가는 기슭의 변모를.

아름다운 하늘, 참다운 하늘이여, 보라 변해 가는 나를!
그토록 큰 교만 뒤에, 그토록 기이한,
그러나 힘에 넘치는 무위의 나태 뒤에,
나는 이 빛나는 공간에 몸을 내맡기니,
죽은 자들의 집 위로 내 그림자가 지나간다
그 가여린 움직임에 나를 순응시키며.

지일(至日)의 햇불에 노정된 영혼,
나는 너를 응시한다, 연민도 없이
화살을 퍼붓는 빛의 찬미할 정의여!
나는 순수한 너를 네 제일의 자리로 돌려놓는다.
스스로를 응시하라!...... 그러나 빛을 돌려주는 것은
그림자의 음울한 반면을 전제한다.

오 나 하나만을 위하여, 나 홀로, 내 자신 속에,
마음 곁에, 시의 원천에서,
허공과 순수한 도래 사이에서, 나는
기다린다, 내재하는 내 위대함의 반향을,
항상 미래에 오는 공허함 영혼 속에 울리는
가혹하고 음울하며 반향도 드높은 저수조를!

그대는 아는가, 녹음의 가짜 포로여,
이 여윈 철책을 먹어드는 만(灣)이여,
내 감겨진 눈 위에 반짝이는 눈부신 비밀이여,
어떤 육체가 그 나태한 종말로 나를 끌어넣으며,
무슨 이마가 이 백골의 땅에 육체를 끌어당기는가를?
여기서 하나의 번득임이 나의 부재자들을 생각한다.

닫히고, 신성하고, 물질 없는 불로 가득 찬,
빛에 바쳐진 대지의 단편,
불꽃들에 지배되고, 황금과 돌과 침침한
나무들로 이루어진 이곳, 이토록 많은
대리석이 망령들 위에서 떠는 이곳이 나는 좋아.
여기선 충실한 바다가 나의 무덤들 위에 잠잔다!

찬란한 암캐여, 우상숭배의 무리를 내쫓으라!
내가 목자의 미소를 띄우고 외로이
고요한 무덤의 하얀 양떼를,
신비로운 양들을 오래도록 방목할 때,
그들에게서 멀리하라 사려 깊은 비둘기들을,
헛된 꿈들을, 조심성 많은 천사들을!

여기에 이르면, 미래는 나태이다.
정결한 곤충은 건조함을 긁어대고,
만상은 불타고 해체되어, 대기 속
그 어떤 알지 못할 엄숙한 정기에 흡수된다......
삶은 부재에 취해 있어 가이 없고,
고초는 감미로우며, 정신은 맑도다.

감춰진 사자(死者)들은 바야흐로 이 대지 속에 있고,
대지는 사자들을 덥혀주며 그들의 신비를 말리운다.
저 하늘 높은 곳의 정오, 적연부동의 정오는
자신 안에서 스스로를 사유하고 스스로에 합치한다......
완벽한 두뇌여, 완전한 왕관이여,
나는 네 속의 은밀한 변화이다.

너의 공포를 저지하는 것은 오직 나뿐!
이 내 뉘우침도 , 내 의혹도, 속박도
모두가 네 거대한 금강석의 결함이어라......
허나 대리석으로 무겁게 짓눌린 사자들의 밤에,
나무뿌리에 감긴 몽롱한 사람들은
이미 서서히 네 편이 되어버렸다.

사자들은 두터운 부재 속에 용해되었고,
붉은 진흙은 하얀 종족을 삼켜 버렸으며,
살아가는 천부의 힘은 꽃 속으로 옮겨갔도다!
어디 있는가 사자들의 그 친밀한 언어들은,
고유한 기술은, 특이한 혼은?
눈물이 솟아나던 곳에서 애벌레가 기어간다.

간지린 소녀들의 날카로운 외침,
눈, 이빨, 눈물 젖은 눈시울,
불과 희롱하는 어여쁜 젖가슴,
굴복하는 입술에 반짝이듯 빛나는 피,
마지막 선물, 그것을 지키려는 손가락들,
이 모두 땅 밑으로 들어가고 작용에 회귀한다.

또한 그대, 위대한 영혼이여, 그대는 바라는가
육체의 눈에 파도와 황금이 만들어내는,
이 거짓의 색채도 없을 덧없는 꿈을?
그대 노래하려나 그대 한줄기 연기로 화할 때에도?
가려므나! 일체는 사라진다! 내 존재는 구멍나고,
성스런 초조도 역시 사라진다!

깡마르고 금빛 도금한 검푸른 불멸이여,
죽음을 어머니의 젖가슴으로 만드는,
끔찍하게 월계관 쓴 위안부여,
아름다운 거짓말 겸 경건한 책략이여!
뉘라서 모르리, 어느 누가 부인하지 않으리,
이 텅 빈 두개골과 이 영원한 홍소를!

땅밑에 누워 있는 조상들이여, 주민 없는 머리들이여,
가래삽으로 퍼올린 하많은 흙의 무게 아래
흙이 되어 우리네 발걸음을 혼동하는구나.
참으로 갉아먹는 자, 부인할 길 없는 구더기는
묘지의 석판 아래 잠자는 당신들을 위해 있지 않도다
생명을 먹고 살며, 나를 떠나지 않도다.

자기에 대한 사랑일까 아니면 미움일까?
구더기의 감춰진 이빨은 나에게 바짝 가까워서
그 무슨 이름이라도 어울릴 수 있으리!
무슨 상관이야! 구더기는 보고 원하고 꿈꾸고 만진다!
내 육체가 그의 마음에 들어, 나는 침상에서까지
이 생물에 소속되어 살아간다!

제논! 잔인한 제논이여! 엘레아의 제논이여!
그대는 나래 돋친 화살로 나를 꿰뚫었어라
진동하며 나르고 또 날지 않는 화살로!
화살 소리는 나를 낳고 화살은 나를 죽이는도다!
아! 태양이여...... 이 무슨 거북이의 그림자인가
영혼에게는, 큰 걸음으로 달리면서 꼼짝도 않는 아킬레스여!

아니, 아니야!...... 일어서라! 이어지는 시대 속에!
부셔버려라, 내 육체여, 생각에 잠긴 이 형태를!
마셔라, 내 가슴이여, 바람의 탄생을!

신선한 기운이 바다에서 솟구쳐 올라
나에게 내 혼을 되돌려준다...... 오 엄청난 힘이여!
파도 속에 달려가 싱그럽게 용솟음치세!
그래! 일렁이는 헛소리를 부여받은 대해여,
아롱진 표범의 가죽이여, 태양이 비추이는
천만가지 환영으로 구멍 뚫린 외투여,
짙푸른 너의 살에 취해,
정적과 닮은 법석 속에서
너의 번뜩이는 꼬리를 물고 사납게 몰아치는 히드라여,

바람이 인다!...... 살려고 애써야 한다! (이 부분입니다. 바람이 분다/살아야겠다)
세찬 마파람은 내 책을 펼치고 또한 닫으며,
물결은 분말로 부서져 바위로부터 굳세게 뛰쳐나온다.
날아가거라, 온통 눈부신 책장들이여!
부숴라, 파도여! 뛰노는 물살로 부숴 버려라
돛배가 먹이를 쪼고 있던 이 조용한 지붕을!
 
 

폴 발레리 Paul Valery (1871-1945)

신앙적 절대주의자인 폴 클로델과는 대조적인 위치에서 20세기 프랑스 전반의 시단을 대표하는 시인이다.

난프랑스 지중해안 세트에서 출생했는데 아버지는 코르시카, 어머니는 이탈리아의 제노아 출신이다. 따라서 그는 자연 황혼의 땅인 북방 유럽인과는 다른 지중해 정신을 타고났고 그 속에서 자라났다. 지중해 정신이란 모호하고 신비하고 격정적인 정신에 비하여 명쾌하고 지성적이며 정적인 정신을 말한다.

그는 몽펠리에 법과 대학에서 수학했는데 이 동안에 우연히 피에르 루이스를 만나 사귀게 되고 그의 주선으로 앙드레 지드, 말라르메 등을 알게 된 일은 그의 생애에 중대한 영향을 주었다. 그는 이때 이미 시를 쓰고 있었고 이 시들은 당시 전위적인 문예지에 발표되어 상당한 호평을 받고 있었다. 그의 교우 관계로 보나 타고난 재질로 보아 그가 가야 할 길은 분명한 듯했다. 즉 문학 특히 시의 길이었다.

그러나 1892년 10월의 어느 날 밤, 그는 이상한 거의 계시와 같은 심적 동기로 일체의 문학이나 시작을 버리고 지적 활동에 전념하게 된다. 정서적인 예술 활동이 명료하고 논리적인 지적 활동이나 엄격한 사고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 때문이었다.

이리하여 그는 모든 문학이나 시작에서 손을 떼고 사색과 성찰의 생활로 들어가 자기 자신에 대한 철저한 인식과 사고에 대한 훈련 및 과학적 연구에 몰두한다. 이때에 그는 파리에서 처음에는 육군성, 후에는 아바스 통신사 사장의 개인 비서로 일하고 있었는데 매일 새벽 5시부터 출근시까지, 그리고 시간만 있으며 자기 방에 칩거하여 논리와 추상적 과학 방법의 연구와 훈련에 정력을 쏟았다. 이렇게 하여 그는 17년 동안 문학이나 창작 방면에는 완전히 침묵을 지키고 추상적인 과학적 연구 방법에 전념했는데 이 동안에 얻은 지적 작품이 <ㄹ오나르도 다 빈치의 방법 서론>, <테스트 씨와의 저녁 시간> 등이다. 그가 문학 창작을 중단했다고 해서 예술계와 접촉을 끊은 것은 아니었다. 말라르메가 죽기까지 그는 그의 가장 충실한 제자였고, 루이스, 지드, 에레디아 등의 작가들과 자주 만났으며, 또한 유명한 화가 드가, 르누아르 등과도 교분이 있었다. 또한 자주 음악 특히 글룩이나 바그너의 오페라를 즐겨 들었다고 한다. 이러한 폭넓은 취미와 접촉이 후일 그의 탁월한 미학이나 예술론의 바탕이 된 것은 물론이다.



그의 속에서 잠자고 있던 시인이 다시 깨어난 것은 그 후 20년이 지난 1913년 그것도 순전히 타의에 의한 것이었다. 즉 '지드'와 '갈리마르' 출판사의 강력한 권고에 따라 발레리는 드디어 젊은 시절에 써두었던 시들을 모아 한 권의 시집으로 출판하는 데 동의했다. 그리고 그 첫 시집을 완성하기 위해 단시 한 편을 더 쓰기로 했다. 이 단시가 유명한 <젊은 여인 파르크>이며, 이 시는 그의 의도와는 달리 512행의 장시가 되었으며, 이 시를 깎고 다듬는 데 발레리는 5년이란 긴 세월을 바쳤다. 결국 이 시는 단독으로 출판되었다. 이 작품은 난해한 것이었으나 그 성공은 그만큼 경이적이었다. 그는 모든 지적 엘리트로부터 세기적 시인으로 인정되었고, 여기 자극되어 그는 다시 시를 쓰게 되었다. 그러나 신중하며 작품에 완벽을 기하는 그는 결코 다작이지도, 빠르지도 않았다. 그의 걸작이라고 하는 '해변의 묘지'도 <젊은 여인 파르크>가 발표된 지 3년 후에야 발표되었다. 발레리는 이 시를 비롯하여 20세 전후의 젊은 시절 그가 써 발표했던 시들 약 20편을 합쳐 같은 해 첫 시집 <옛 시의 앨범>을 출판했다. 이 시들은 약 30년 후에 빛을 본 것이나 이 가운데는 이미 발레리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시들이 들어 있으며 그 중 많은 시가 아직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는 다시 1922년 그가 <젊은 여인 파르크> 이후에 쓴 시들을 모아 <매혹>이란 표제로 그로서는 최후의 시집을 출판했다. 이 두 권의 시집으로 그는 모든 사람이 공인하는 '현대 시인 가운데 가장 위대한 시인'이 된 것이다.



시집 <매혹>을 계기로 시인으로서의 그의 창작 활동은 끝나고 이후부터 발레리는 지성인의 대표, 현대 사회의 정신적 지도자로 활동하게 되었다. 유명한 신문이나 잡지에서 그의 논문과 수기를 다투어 싣고 프랑스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의 저명한 학회나 단체Š祈觀壙 에

있다

 

 

출처 : 도봉시벗
글쓴이 : 잎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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