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무일인 지난 주말,
장마가 그친듯하여 여름 숲에 들어섰다
여름 끝자락이라 약간은 얇아진 햇살을 이고 숲 속에 들어섰다.
그간 생태공원이랑, 게으른 마음이랑, 우이천에서 노니느라 오랜만이 입산이다.
늦여름 숲속으로 들어서니 존재의 이유를 직조하듯 매미소리는 세차고,
이끼를 입은 나무기둥마다 초록그늘이 길게 매달려있다.
여름 한 철,
반짝여보이는 타인의 일상과, 평범한 나의일상에 대롱거리며 살다가
바람결로 나를 부르는 초안산의 인정에 기대어 못이기는 체 살금살금 여름 숲으로 들어섰다.
두 팔을 벌려 반겨주는 너의 미소도 반갑고 시원한 바람도 친절하다.
작은 버섯이나, 이끼처럼 작고 여려서 소중한 것들은
햇빛이 빗겨난 그늘에서 사부작거리며 그들의 일상에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약하고, 지치고, 고단한 것들도 어쩌면 햇빛이 빗겨난 낮은 고생에 분투하고 있을지 모르니
우리가, 내가 시선을 놓치지 말아야 할 일이다.
초안산 잣나무 그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