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채원의 문학세계/청탁원고

도봉구 향토시인-이생진 시인

새벽풍경 2021. 6. 5. 14:04

섬을 사랑해서 바다로 떠나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시인 이생진
                                                                                                
                                                                                     윤채원

팔순을 넘기셨지만, 여전히 미소년의 수줍은 미소를 갖고 계시는 이생진 시인은

나의 근무처와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가까운 거리에서 북한산을 바라보고 살고 계신다.

가까운 곳에 사시기에 일부러 약속하지 않아도

집 근처 오래된 은행나무 아래서나 연산군 묘가 바로 보이는 평온한 원당 샘 근처나 발바닥 공원에서

스치듯 만날 수 있으니 참 좋다.

처음 선생님과 인연이 된 것은 십이 삼여 년 전 지역의 문인협회에서 알게 된 시인이다.

이미 섬 시인으로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유명한 시인이었지만 정작 지역에서는 그분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하는 듯했다. 나 역시 시로 먼저 선생님을 만났다.

늘 얼굴에서 미소를 놓치지 않으시고 목소리도 발걸음도 가만가만 움직이는 조용한 분이시다.

아침저녁으로 산책하시면서 마주치는 모든 것에서 시를 발견하시는 시심이 가득하신 분이다. 이생진 시인의 시집을 통해 화가 고흐에게도 대해 호기심을 더 갖게 되었고 우리나라의 여러 섬을 시로 여행할 수 있었다.

어느 날 소리 없이 내가 근무하는 곳으로 찾아오셔서 1, 2층 전시실을 둘러보시고 2층의 작은 책상에 앉아 독서에 심취해 계신다. 조심스레 다가가 인사드리면 부지런히 글을 쓰라고, 무조건 써보라는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다.

그 연세에도 젊은이들과는 컴퓨터에 블로그 집을 지어 서정성 짙은 시들을 내려놓으며 소통하신다.

시를 짓는 데 필요한 영감을 위해 산책 도중 휴대폰으로 부지런히 사진도 찍어 모으시는 멋쟁이 시인이다.

가을 풍경이 고스란히 담긴 낙엽을 가져와 시를 주워왔다며 가만히 내 손에 낙엽을 올려주시는 이생진 시인의 목소리에서는 시향이 묻어난다. 평소에는 조곤조곤 낮은 목소리로 말씀하시는데 시를 낭송하거나 시에 관한 이야기를 하실 때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애정을 담아 말씀하신다.

지금도 매일 한 편의 시를 쓰시고

섬을 찾아 바다로 나가는 시간을 행복해하시는 섬의 시인이

가까운 거리에 계셔서 더없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