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적당한 어느 날의 아침이었다.
출근길,
그날은 매일 걸어 출근하던 야트막한 산길이 아닌 차도를 따라 걷는 중이었다.
앞만 보고 분주하게 걷다가 곱게 물들어가는 담쟁이와 눈이 마주치자 잠시 걸음을 멈추고 한동안 들여다보았다.
아주 천천히 담쟁이도 햇볕을 양을 조절해 맞아가며 천천히 가을로 가고 있다.
그러고 보면 멈추어 있는 것은 없다.
인도 옆의 차도에서는 자동차가 쌩쌩거리며 분주하게 지나간다.
그리고 내 앞으로 한 여자가 걷고 있다.
그녀 앞으로도 한 남자가 반대편을 향해 걷는 중이다.
그 여자 뒤로 씩씩한 내가 걷고 있고,
그리고 내 뒤엔 자전거를 탄 한 사람이 뒤따라 오는 중이다.
우리는 이렇게 날마다 어떤 곳을 향해 걷는다.
같은 방향을 보고 걷느라 상대의 얼굴을 마주치기가 쉽지 않지만,
모두의 하루가 편안하길 마음으로 서서히 앞으로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