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풍경 2012. 5. 7. 23:48

주일, 교회를 다녀와서 점심준비를 하다가 발신인을 알 수 없는 전화를 받았다.

평소 가깝게 지내는 나의 지인 친구라는 자신의 소개와 함께 발신자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주었다.

이제 막 고 1이 된 내 아들과 동갑내기였던 지인의 아들이 교통사고로 오전에 하늘나라로 갔다고 했다.

믿을 수 없는 엄청난 소식에 한동안 망연자실.. 일순간 사방이 정지되고 현기증이 피어올랐다.

사춘기 아들을 키우는 문제에 대해 이따금씩 이야기를 해서 내 아들처럼 익숙했던 그 아이가 이젠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니..

믿을 수 없는 소식에 다시한번 확인 후 주변 지인들에게 전화로 소식을 알리니 다들 어쩔 줄 몰라한다.

마음을 진정시키느라 여러 시간을 맥없이 흘려 보낸 후 몇몇이 모여 장례식장으로 출발했다.

그 곳에 도착하니 그 녀석의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성통곡이고 정작 아버지가 되는 그 친구는,

눈안 가득 눈물이 그렁그렁한채로 허공을 응시하며 허수아비처럼 꽂혀있다.

무슨말로 위로를 할 수 있을까...

다만 손잡아주는 것밖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불법 U턴한 택시와 부딪히고 그 자리에서 세상 인연줄을 놓았다고 한다.

함께 타고있던 친구녀석은 중태라 수술실로 갔지만 가망이 없어 보인다는 소식이 한쪽 귀퉁이에서 들려왔다.

가슴에 묻고 평생을 앓아야할텐데...

그 통증은 영원히 치유되지 못할텐데...

모든 감각을 잃은 듯한 지인의 손을 잡고 소리없이 흐르는 서로의 눈물을 바라보다가 더는 머무를 수 없어

밖으로 나와 버렸다.

집으로 돌아와 내일 수학여행이 예정되어 있어 일찍 잠자리에 든 아들녀석의 불꺼진 방으로 들어서,

잠자는 아이의 뺨을 쓸어내려본다.

따듯한 체온이 날 안심시킨다.

유일한 혈육이었던 아들을 먼저 보내고 긴 세월을 아파할 그 친구가 염려된다.

5월8일 어버이 날이 아들의 발인날이 되고 그 다음날은 아들을 잃은 그 친구의 생일이다.

어느 자식이든 부모에게는 모두 소중한 씨앗인데...이젠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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