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사생활/끄적거림
초안산 겨울나무
새벽풍경
2021. 1. 10. 17:54
언젠가 사부작사부작 올랐던 초안산.
물기를 잃고 햇살만 투명하다.
시린 바람을 뚫고 많은 사람들이 올라와서 초안산 풍경을 즐기고 있었다.
치솟아 오른 나무줄기 위의 빈 둥지가 서럽고 나뭇잎의 떨림이 선명하게 보인다.
한 걸음씩 오를 때마다 뼈대만 드러낸 채 쌀쌀한 바람을 안고 맨몸으로 서 있는 나무를 보자니 경건한 마음이 차 오른다.
의연함과 초연감을 유지한 채 오롯이 서있는 저 겨울나무는 빈 가지 사이로 파란 하늘을 앉혀 날마다 새로운 풍경을 선물하겠지.
의연하게 서 있는 저 겨울나무를 보며 투영되는 유약한 나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나무라는 본질만 남기고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현상을 걷어낸 저 정직한 겨울나무처럼,
나에게 수식되는 모든 것들을 걷어내면 '윤채원'이라는 사람에게 남아있는 본질은 과연 무엇일까.
연초록으로 봄의 희망과, 푸르름과 그늘로 한여름엔 여유를, 그리고 빛 고운 단풍으로 멋진 풍경까지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고 맨 몸으로 서 있는 겨울나무가 자꾸 눈에 들어온다.
빈 가지를 통해 자신이 살아온 행로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저 단단한 겨울나무.
빈 몸으로 선 채 찬 바람을 감내하면서 남아있는 모든 것을 안으로 응집시켜 다시 찾아 올 새 봄을 준비하는 저 겨울나무의 침묵이 눈물겹다.
나를 지탱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키우기 위해 차가운 바람에도 요동함이 없는 저 나무의 의연함을 배워 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