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채원의 문학세계/시(詩)

청령포에 서서 47

새벽풍경 2020. 8. 11. 15:38

청령포에 서서 (1)

 

신록이 진저리 치는 여름 한낮

속내를 감춘 서강은 소리 없이 흐르고

청정한 숲 기와지붕 아래로

허리 숙인 소나무가 들어서 있다

기구한 운명의 빛바랜 御服(어복)

덩그러니 놓인 초라한 어소가 민망하여

시름에 잠긴 노산대에 올라보니

그리운 여인을 향해 목 놓아 울던

망향 탑 앞에서는 산새가 지저귀고

사내의 구슬픈 비가를 보고 듣던

노구의 관음송이 비스듬히 누워

유유하게 흐르는 서강을 토닥인다.

 

청령포에서(2)

 

신록 진저리치는

여름 한낮

열일곱 빛바랜 어복

덩그러니 소나무에 걸려있네

 

노구의 관음송이 눈을 감고

비스듬히 서서

속내를 알 수 없는

서강을 토닥이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