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채원의 문학세계/시(詩)
낙엽을 쓸며14
새벽풍경
2018. 12. 9. 14:17
낙엽을 쓸며
윤채원
켜켜이 쌓인 서늘바람이 휘몰아 간 틈새로
잠시 양광이 고개를 들면
본향으로 서둘러 돌아가기 위해
서슴없이 벗어 내린 너의 옷가지들을
무심하게 끌어안는다.
찬란한 세상에서 삼삼오오 분주하던 생(生)들은
햇살 얇아지는 가을 끝자리에서
겸허한 가벼움으로 지나온 시간을 추모하자
아직 물기 있는 몸으로 돋아나던 달콤한 손길
무색함으로 서서히 고개를 떨구고
시간 속에 갇혀 무심해 보이는 등 뒤로
익숙하던 햇살을 애써 감춘 채
빛바랜 너를 잊으려는 마음에 기대어
바닥으로 스며든 너의 체취를 들척거리며
다시 찾아올 푸른 생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