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채원의 문학세계/청탁원고

현대문학사조-봄호 (청탁원고)

새벽풍경 2017. 2. 10. 15:37


봄호 원고.hwp


방학동 은행나무

 

                                      윤채원

 

 

강산을 변하게 하는 세월이

오십 번 넘도록 온몸으로 스며들어

꼿꼿하던 지난 시간의 파수꾼

시름시름 겨우 서 있다

점점 사그랑이 취급을 당해도

계절과 사람 사이에서 정직한 나무는

스쳐가는 바람 한 점도 흘려보내지 않고

햇살까지 끌어들인다

신비함을 듣고 찾아온 젊은 남녀가

경외를 벗고 실망한 채 돌아서지만

위태로운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는 노목은

심장을 차가운 시멘트에게 내어주고

어지럼증 받아 낼 시린 지팡이

사방으로 짚고도

오달진 품위를 지켜줄 생명 돋우려

여전히 나볏하게 숨구멍을 열고 있다

 

 

 2)빈 의자

 

                           윤채원

 

순간을 머물다

길게 저물어 간 사람아

 

산다는 것은

나를 버리고 너를 받아들이는 일이라고

사그라지면서도 그대 안에 머물고 싶어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내가 서럽도록 밉다

 

낯선 세상으로 이끌어

나를 고운 꽃으로 피어나게 한 당신

 

반짝였던 그 시간은 그리움으로 물들고

서서히 잊기 위해

나는 그대를 덜어내고

그대는 나를 흩어지게 해야 할 일

 

먼 훗날

첫눈을 안고 소리 없이 내게 온다면

그대 내게로 와 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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