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풍경 2014. 5. 19. 10:09

좋은 아침~

거리에서 마주치는 빨간 넝쿨 장미와 시간의 풍경속에 머무는 녹음을 보며 5월을 실감하는 중입니다. 지난 주는 몸의 분주함보다 마음이 긴장한 탓인지  월요 안부메일도 잊었네요.

사실은 그 날이 월요일인지도, 메일을 보내지 않았다는 것도  까맣게 잊은 채 지냈답니다.

한꺼번에 몇가지 일들을 하다보니 잠시 번잡했던 것 같습니다.

요즘 제가 문학관으로 출근하면 제일 먼저 하는일이 있는데,

시인의  원고가 놓여진 전시관 유리를 닦는 일입니다.

일상의 청소시간이지만,

근래들어 그 시간이 제겐 참 소중한 시간이 되었답니다.

매일 김수영이라는 시인과 마주하며 그를 찬찬히 바라 볼 수 있는 시간이니까요.

조금은 처연한 모습으로 액자 속에 머무는 그에게 눈길을 건네고,

그 사람의 마음이 담긴 원고를 바라보면서 당시 그사람의 생각을 궁금해합니다.

근데 참 이상해요.

처음 얼마간은 시인의 작품 읽기에 급급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마음이 아파오기 시작했답니다.

그리고.....그 사람이 살았던 시대가,

그 사람이 아파하고 답답해했던 현실이,

이별의 인사도 못하고 먼 세상으로 떠난 당시의  마음이 느껴져 아팠습니다.

이 아픔이 일시적인 감정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그 마음을  몇 줄 글로 적어보았습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제각기 다르지만

읽는 순간만큼은 당시의 제 기분을 외면하지 말아주시어요.^^*

그리고 우리 앞의 5월을 마음껏 사랑해 주시길요.

안녕.

 

그 사람

                                             윤채원

 

매일 아침 그 사람과 눈 맞춤을 하고

영혼이 깃든 그 사람의 시를 마음에 심으며

파리한 얼굴로 머무는 액자에 손 키스를 날립니다.

잠시 지난날을 돌이켜보니

세상의 비열함에 열변을 토한 그 사람처럼

낡은 세상을 향해 흥분하거나 고뇌한 적은 없지만

당신처럼 아파한 적은 있습니다.

 

그 사람의 정갈한 영혼을

투명한 유리관 안에서 마주하는 게 힘겹고

빛바랜 원고지 빈칸에 겨우 머무는 그가 아까워

반짝반짝 유리에 광을 내며 마음을 주다가

침묵하는 그대에게 말을 건네 봅니다.

당신이 그토록 갈망했던 그 자유는 어디에 머무는지

당신을 대변하던 그 지성과 용기는 어디를 헤매는 중인지

 

매일 아침 그 사람의 체취가 묻어나는

긴 탁자와 그가 사용했다는 재떨이의 먼지를 털며

어지러운 현실을 고뇌하던 그 사람을 떠올려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그 사람이었다면

침잠되어가는 세상을 향해 어떻게 분노했을까

불의에 침묵하는 무리를 향해 격노의 마음을 어떻게 풀어냈을까

당신이 그리운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