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풍경 2013. 12. 9. 16:27

저금

                                  시바타 도요

난 말이지,

사람들이 친절을 베풀면

마음에 저금을 해둬

 

쓸쓸할 때면

그걸 꺼내

기운을 차리지

 

너도 지금부터

모아두렴

연금보다 좋단다

  위의 시는 얼마 전 지인에게 선물 받은 시바타 도요의 시집 <약해지지 마>에 실린 것인데 요즘 들어 자주 읊조리게 되는 시입니다. 올해 103세로 일본 최고령 시인인 그녀의 시에는 지난 100여년을 살아 온 이야기가 담담하고 잔잔하게 스며있어 감동이 밀려드네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일상이 시라는 도구를 통해 금언으로 승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랜 시간 질곡의 삶 속에서 지혜롭게 역경을 이겨 낸 그녀이기에 빚어낼 수 있는 따뜻한 시입니다.

  해마다 12월의 언저리에서 서성이다보면 언제나처럼 허탈함과 쓸쓸함이 밀려들곤 하지요. 하루하루 성실하게 달려 온 것 같아도 이 즈음이면 공연히 헛헛하기도 하구요. 

그러고 보면 우리 삶 속에서 저금을 해야 하는 것이 저 위의 시내용처럼 만은 아닐겁니다. 그쵸? 친절이외도 주변 인연들과 나누었던 따뜻한 마음, 우리 감성 창고인 유년의 추억, 서로를 위한 배려, 사랑, 우정, 지금하고 있는 일과 그 일이 주는 가치와 보람, 한여름 내리는 빗줄기 혹은 나뭇잎을 흔들고 가는 바람에도 설레는 마음까지....... 모두 마음 속에 저금해 두어야 할 소중한 것들입니다. 우리도 머지않아 현재나 미래의 일보다 지난날의 기억을 꺼내들고 마음을 다독이는 순간과 마주 할 수 있으니까요.

  오늘은 지난 한 주일 이 쪽 저 쪽으로 유난히 분주하게 움직여 몸이 지쳤는지 한 주가 시작된 월요일이지만 에너지가 솟아 오르기보다는 침잠되는 것 같아요. 창밖으로 내리는 비도 오늘 은 귀찮구요. 그래도 다시 미소 짓으며 기운을 차리려고 기지개를 한 번 더 켜봅니다.

참, 어디선가 들은 말인데 혹시 알고 계시나요? “웃음은 나를 위한 것인데 미소는 상대방을 위한 것이다” 이 말에 공감하시죠?

  오늘 하루 우리의 작은 미소로 인해  마주할 다른 사람들이 잠시 행복할 수 있도록 작은 마음 내어주는 것 어때요?  이렇게 우리의 작은 배려와 또 타인이 우리에게 내어주는 미소의 배려로 자꾸만 헛헛해지는 12월을 조금 따뜻하게 보내도록 하기로 해요.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따뜻한 인연으로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