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한가위 되시길요.
굿모닝~
방금 신선한 기운을 따라 집 근처에 분양받은 한 뼘 텃밭을 둘러보고 왔습니다. 얼마 전 씨앗을 뿌리고 모종을 심은 배추와 무우가 제법 진한 초록빛으로 반갑게 인사를 해왔습니다. 가끔 찾아가 두런거리며 물주고 그저 고운 눈길을 건넸을 뿐인데 예쁘게 자리를 지켜주는 것이 고맙고 사랑스러웠습니다.
새벽이슬을 머금은 텃밭의 초록이들이 제 주인의 발자국소리를 기억하고 있나봅니다. 손으로 만져보니 야들야들 거리던 엊그제와는 또 다른 감촉이고 키도 훌쩍 자라보였습니다. 텃밭을 분양받은 후로는 한줌 햇살,스쳐지나가는 미세한 바람, 채소를 촉촉하게 젹셔줄 빗줄기도 모두 소중하고 귀하게 여겨졌습니다. 사람이든 채소든 진실되고 아름답고, 착한 것은 그 본성이 저절로 드러나게 되어있지요. 이것 또한 우리가 정직하게 살아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나이를 들어가고 있어서 그런지 언제부턴가 소소한 것들에게 배우는 것도 많고 유난히 더 마음이 가기도합니다. 예전이라면 시시하게 생각 되었을 게 분명한 야채 기르는 일이 이젠 정감 있고 소중하게 생각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이제 며칠 지나고나면추석명절입니다.
모든 것이 풍요로워진다는 한가위, 저 하늘의 달도 만월을 향해 밤낮으로 부지런히 채워나가고 있겠지요.
그간 명절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어 버리긴 했지만 추석은 여전히 의미 있고 가치 있는 명절이 분명합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고향으로 달려가는 이유는 가족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겠지요. 고향에서 그리운 이들을 만나 그간 지내 온 이야기할 때 하지 말아야 할 금기어가 있다고 합니다. 잠깐 살펴보면 (정치 이야기, 살 좀 빼라, 공부 잘 하니? 넌 아직도 놀고 있니?, 언제 결혼 할 거니?, 아기는 언제 낳을 거니? 등등)입니다. 모처럼 가족끼리 모였을 때는 좋은 이야기만 해야겠지요. 상처가 되고 주눅 드는 말이 아니라 위로가 되고 격려가 되는 말을 해야 따뜻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쵸?
이번 한주일은 유난히 몸도 마음도 바쁘게 시작될 것 같네요.
우리모두 보름달이 뜨는 날에는 분주함으로 조금 무심했었던 가족과 모여 한가위의 의미를 되새겨보기로 해요.
“풍요로운, 행복한, 의미 있는, 따뜻한 명절로 만드시길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