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2013년 여름.
굿모닝~~
계절의 표준이 된다는 절기처럼 정확한 것도 없는 것 같아요.
끝이 보이지 않아 더욱 지루했던 더위도 이렇게 시름시름 뒤태를 내보이니 말이에요.
더불어 서정을 벗어던지고 오직 도시의 소음이던 매미소리는 희미해지고 가을을 알리는 풀벌레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어요.
초록은 더 짙푸른 초록에게 물들다 지쳐 단풍이 드는 시간 속으로 스며들더니 새로운 계절, 가을의 탄생에 힘을 보태고 있잖아요.
그렇게 여름을 밀어내며 가을이 오고 있어요.
새로운 계절이 주는 설렘과 흥분이 가라앉게 되면 아마도 우린 그렇게도 보내버리고 싶어했던 그 여름을 또 다시 그리워할지도 모르죠.
저도 포함된 다수의 사람들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미 지나 가버린 것을 그리워하거나,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미지의 것에 새로운 호기심을 갖게 되니까요.
이슈가 되는 그 순간에만 잠시 집중하고 솔직했다가 뒤돌아보면 벌써 다른 마음을 품게 된다는 것을 우린 이미 알고 있잖아요. 그쵸?
높고 푸른 가을 하늘에 무심히 떠 있는 흰 구름과 눈 마주치거나,
우리의 마음을 흔들고 지나가는 청량한 바람소리에 행복해하다가도 어느 순간 우린 그토록 지겹게 느껴지던 지난 여름의 소나기를 간절하게 그리워 하겠지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고, 흔들리는 나뭇잎이 더 오래 버틴다는 그 말을 기억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흔들림을 용납하는 명분이 되어서는 아니 되겠지요. 사소한 희망과 사소한 좌절에 더이상 흔들리고 싶지 않아요.
가을만 되면 흔들리는 감정의 소모로 여기저기 베어진 상처를 달고 사는 사람인지라 이 여름을 보내며 단단한 무장을 하려합니다.
키워온 연륜에도 단단해지지 못하고 부서지는 감정을 소유한 것이 자랑은 아니니까요.
오늘, 여름을 떠나보내는 안부메일을 보내면서 더욱 솔직하고 진지한 자세로 새로운 계절을 맞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씩씩한 마음으로 지난 여름에게 미련을 남기지 않고 담담하게 인사합니다.
"굿바이, 2013년 나의 여름." 라고.
안녕~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