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사생활/끄적거림

버지니아 울프에게 다가가기

새벽풍경 2009. 3. 27. 23:50

버지니아울프- 지적인 여성으로서의 자아

                                                            윤채원

작가소개

 

 본명이 아델린 버지니아 스티븐인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1882~1941)는 영국 켄싱턴 출생이다.

학자이며 비평가였던 레슬리 스티븐과 아름답고 활동적인 어머니 줄리아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부모 모두 재혼이었음으로 의붓 형제들이 있는 대가족이었다. 남자 형제들은 대학에 진학했으나 버지니아는 당시의 관습대로 집에서 가정교사와 부모의 교육을 받았다.

 그녀가 13세 되던 해에 어머니 줄리아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상실감에 빠져있던 독재적인 아버지와 두 의붓오빠들은 버지니아에게 견뎌내기 힘든 존재였다. 22세에 아버지마저 돌아가시자 케임브리지 출신의 학자. 문인. 비평가들이 모인 ‘블룸즈베리그룹’ 이라는 지적 집단을 만들었고 1905년부터는 <<타임즈>>에 문예비평을 써 왔다.

 1912년 정치평론가인 레너드울프와 결혼한 그녀는 이성으로서 남편에게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그녀가 가장 열정적으로 반응했던 애정의 대상은 여자 친구였던 비타 새크빌-웨스트(Vita Sackville-West)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사람들과는 다른 결혼이었지만 레너드 울프는 아내를 위해 안정된 생활 습관을 만들어 주었고 창작을 격려해 주었다.

 1915년 처녀작 <<출항>을, 1919년<<낮과 밤>>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하였다.  1927년에는 소녀시절 체험의 서정적 승화라고도 할 수 있는 <<등대로>>를 발표하면서 ‘의식의 흐름’이라는 창작 기법으로 인간심리의 가장 깊은 곳까지를 추구하며 시간과 ‘진실’에 대한 새로운 관념을 제시하였다.

 1929년 <자기만의 방>은 남성 중심적 세계에서 여성이 겪는 어려움을 그린 작품으로 출간당시부터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1939년 제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면서 갈수록 심각해지는 전시의 불편과 고통은 만성적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그녀의 신경을 자극했다. <<막간>>을 탈고 중이던 1941년 3월 28일 남편에게 더 이상 짐이 되고 싶지 않다는 마지막 편지를 쓴 후 아침 일찍 집을 나선 그녀는 양쪽 주머니에 돌을 가득 채워 넣고 템즈강으로 들어가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소개하고 싶은 책


.<<댈러웨이 부인>> 정명희 옮김/솔/1996

.<<막간>> 정산진 옮김/문학과현실사/1998

.<<등대>> 강혜경 옮김/서원/1996

.<<자기만의 방>>오진숙 옮김/솔/2004

.<<올란도>> 최홍규 옮김/평단문화사/2004

.<<파도>>박희진 옮김/솔/2004



버지니아 울프가 쓴 마지막 편지(세 통의 편지 중 한통)


여보. 내가 다시 미쳐가고 있음을 분명히 느껴요. 우리가 저 끔찍한 시련의 시기를 한 번 더 이겨낼 수 없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나는 이번에는 회복하지 못할 거예요, 목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고 집중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가장 좋은 것으로 보이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당신은 가능한 가장 큰 행복을 내게 주었습니다. 당신은 이 세상에서 누군가가 할 수 있는 모든 점에서 모든 것이었습니다. 이 끔찍한 병이 나타나기까지 나는 두 사람이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더 이상 싸울 수는 없습니다. 내가 당신의 삶을 망가뜨리고 있음을 알아요. 내가 없이도 당신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당신은 그럴 거라는 걸 알아요. 내가 이글조차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것을 알겠지요. 읽을 수가 없어요.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내 삶의 모든 행복은 당신 덕분이라는 것 입니다. 당신은 나를 아주 잘 참아 주었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은 분이었어요. 나는 이 말을 하고 싶고 누구나 그것을 알기를 원해요. 누군가 나를 구할 수 있다면 당신뿐일 겁니다. 당신이 선량하다는 확신 말고는 모든 것이 내게서 사라져버렸어요. 이제 더는 당신의 삶을 망칠 수 없어요.

나는 두 사람이 우리보다 더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버지니아 울프>> 나이젤 니콘슨, 안인희 옮김, 푸른숲, 2006년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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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 명언


.자신에 대한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진실도 말할 수 없다.

.외국어을 사용할 때 가장 먼저 잃어버리는 것이 유머다.

.고독할 때 우리는 우리 삶에, 우리 추억에, 우리주변의 작은 것들에 열정적인 관심을 가지게 된다.

.여성은 수 백 년 동안 남성의 모습을 실제크기의 두 배로 비쳐주는 마력을 지닌 거울의 역할을 해왔다.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를 통제할 줄 알아야 한다.

.강사의 첫 번째 임무는 한 시간의 강의가 끝난 다음 학생들이 그들의 노트갈피에 살짝 끼워 벽난로위에 놓고서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는 순수하고 진실한 가치의 덩어리들을 건네주는 것이다.

.아이디어의 날개를 잡아 그것을 못으로 박아두지 않으면 머지않아 어떤 아이디어도 갖지 못하게 된다.



 버지니아 울프의 명문장 <<등대>>


 모든 등불이 꺼지고, 달이 지고 빗방울이 요란하게 지붕을 두드릴 때는 어마어마한 암흑이 쏟아져 내렸다. 아무것도 이 암흑의 홍수를 이겨내지 못할 것 같았다. 열쇠구멍이나 벽 틈바구니로 스며들고, 유리창의 덧문 사이로 몰래 빠져 들어온 그 암흑은 침실로 들어와 이곳에서 물병이나 대야를, 저 곳에서 붉고 노란 다알리아 화병을, 또 저 곳에서는 옷장의 날카로운 모서리와 육중한 몸통을 하나하나 집어 삼키고 있었다. 분간하기 어려워진 것은 가구뿐만이 아니었다. ‘이게 그 남자다.’ 또는 ‘이게 그 여자다.’라고 우리가 단언할 수 있는 그런 육체나 정신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은 거의 하나도 없었다. 다만 무엇인가를 붙잡으려는 듯, 또는 무엇인가를 막아내려는 듯, 이따금 손이 쳐들어지거나, 또 누군가가 신음 소리를 내거나, 아니면 누군가가 허무와 더불어 무슨 농담을 즐기듯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릴 뿐이었다.

 응접실이나 식당이나 층계는 쥐죽은 듯 고요하였다. 바람의 큰 덩어리에서 빠져나온 샛바람이 녹슨 경첩이나 해풍, 습기에 부푼 목재 틈 사이로 스며들어 방구석이나 집안으로 밀고 들어올 뿐이다. 등대불이 발하는 불빛의 인도를 받고 부는 샛바람은 그 희미한 발자취를 계단이나 매트 위에 떨어뜨리며 층계를 올라와 침실의 문 앞에서 냄새를 맡듯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샛바람의 방황은 끝나야만 했다. 다른 어느 것들이 썩어져 자취를 감추더라도 여기 자리 잡고 누워있는 사람들은 꾸준하고 확고부동했다. 이 사람들은, 침대에 다가가 몸을 굽혀 숨쉬는 그 흐르는 불빛이나 샛바람을 보고, 여기 누워있는 사람에겐 손도 대서는 안 되며 너희들은 우리를 파멸시킬 수도 없다고 타이르는 것 같았다.

 이제 밤은 바람과 파괴로 충만 되어 있다. 나무들은 몸이 휘도록 흔들리고 나뭇잎은 팔방으로 난무하여 잔디를 덮고 도랑을 메우고 홈통을 막히게 하고 축축한 인도위에 깔린다. 바다 역시 성난 듯 파도가 부서진다. 기대했던 위안의 손은 그의 수중에서 허사로 돌아간다. 그 목소리는 그의 귓전에서 공허하게 포효한다.

 아직 어두운 어느 날 새벽에 어떤 책을 떠듬떠듬 읽고 있던 램지 씨는 팔을 뻗어 기지개를 켰다. 그러나 램지 부인은 갑자기 간밤 사이에 죽었기 때문에 그의 뻗은 팔은 허공을 잡았을 뿐이었다.

              <<등대>> 강혜경 옮김, 서원문화사, 1996년에서 발췌


더 깊이 알아 볼 자료


http://www.kirjasto.sci.fi/vwoolf.htm (외국사이트)

http://etext.library.adelaide.edu.au/w/woolf/virginia (외국사이트)